기대와 우려 엇갈리는 ‘시중 유동성’…‘자산거품 폭탄’ 될 수도

기대와 우려 엇갈리는 ‘시중 유동성’…‘자산거품 폭탄’ 될 수도

기사승인 2009-05-04 19:51:00


[쿠키 경제] 풍부한 시중 유동성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28조4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집행으로 불어난 유동성은 증시와 경기방어를 지원하는 원군이지만 회복시 새로운 자산거품을 유발할 수 있는 '폭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한국은행도 국채 발행과 공개시장조작 등을 통한 유동성 제어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상한 단기부동자금 흐름=단기 부동자금의 대명사인 자산운용사 머니마켓펀드(MMF) 수탁액은 지난달 30일 현재 119조7732억원으로 전달말에 비해 1조3398억원 늘었다. MMF는 만기 1년 미만의 기업어음(CP)·양도성예금증서(CD) 등에 투자되는 초단기금융상품으로 딱히 갈 곳 없는 자금이 몰린다. 경기 바닥권이 감지되면 주식이나 회사채, 고금리 예금, 부동산 등으로 갈아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최근 증시에 이어 훈풍이 불기 시작한 부동산시장 반등세에도 무덤덤한 모습이다. MMF 수탁액 규모는 지난 2월16일 120조원을 넘어선 후 126조원까지 치솟았다가 최근 120조원 내외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4일 "지난 3월 법인들이 3개월에 걸쳐 8조원가량을 줄이기로 합의했는데 다시 늘고 있다"며 "(수탁 규모를 늘린 당사자는) 개인보다 법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산은자산운용 등 15개 자산운용사 사장들은 지난 3월13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 모여 법인 MMF를 점진적으로 줄이는데 합의했었다. 단기 부동자금 급증에 따른 시장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였다.

◇과잉 유동성 논란=단기부동자금이 증시나 부동산시장의 본격적인 유동성 장세를 일으키지 않는 원인은 단순하다. 아직 리스크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4월 한달동안만 코스피지수가 13% 이상 치솟는 등 그동안 상승세에 대한 부담감도 자리잡고 있다.

한은의 금리 인하에 이어 추경을 통해 유동성 풀기에 나선 정부의 고민도 커졌다. 아직까지는 금융시장 리스크가 주식과 부동산시장 오버슈팅(일시적 급등)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고 있는 상황이지만 회복 국면이 확인될 경우 급격한 돈의 이동으로 인플레이션 등 새로운 리스크가 생겨날 수 있어서다.

이를 의식한 이용걸 기획재정부 제2차관도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최근 단기유동성이 많이 풀렸지만 시중에서 적극적으로 유통되지 않고 있어 과잉으로 볼 수는 없다"며 "다만 경제가 활성화되면 이 자금들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동성 조절방안으로는 한은의 공개시장조작과 정부의 국채 발행 등이 거론된다. 국채를 통해 꿈쩍않는 금융시장 부동자금을 흡수해 기업 등 실물경제로 연결하는 '머니 파이프 라인'을 만들어 증시와 부동산 과열 가능성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이 차관도 "추경으로 인한 국채를 시장에서 소화해 유동성을 흡수하고 대출은 건전한 기업에만 나가도록 해 유동성을 줄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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