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7일 오후 1시 인천 옹진군 백령도 서북쪽 방공 12진지. 비상벨이 3번 울리자 이정하(25) 하사를 비롯한 4명의 포병들이 내무반에서 쏜살같이 출동, 벌컨포 사격자세를 취했다. 해병 6여단본부지휘통제실이 가상 적기를 발견한 지 1분 만에 이들은 초탄을 발사한다. 북한에서 불과 11∼17㎞ 떨어진 백령도는 북한의 해안포 유효사거리 안에 있을 뿐만 아니라 황해도 태탄, 과일 공군기지에서 전투기가 발진하면 2∼3분내 도달하는 지역이다. 10여분 뒤 적기가 물러가 비상상황이 해제됐지만 이들은 한동안 경계태세를 풀지 않았다. 12방공진지에서 근무하고 있는 해병대원들은 실전을 방불케 하는 이런 방공포 훈련을 요즘 매일 한 차례 이상 하고 있다.
해병 6여단 관계자는 "올들어 북한의 해안포사격훈련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최대 2배 늘었으며 서북 지역 전투기의 훈련횟수는 1월부터 현재까지 6배 가까이 많아졌다"고 현지의 긴장된 분위기를 전했다. 또 북한 경비정이 지난 2∼3월 연평도 인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3차례 침범했으며 지난달 21일에는 태탄 비행장을 이륙한 북한 전투기 4대가 해주까지 날아와 우리 공군 전투기가 대응 출격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예년의 경우 북한 공군은 주로 기지 상공을 비행하는 훈련을 해왔으나 올들어 태탄기지에서 과일기지로 이동하거나 지상 공격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달 7일에는 전투기 출격횟수가 100여회나 됐다고 6여단측은 밝혔다.
북한군은 서북지역의 섬과 해안가에 배치해 놓은 130㎜와 76.2㎜ 해안포, 152㎜ 지상곡사포(평곡사포) 등의 실사격 훈련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평도 해병대 관계자는 "연평도 동북방 북측 대수압도 인근에서는 올들어 19차례 1000여발의 포사격 훈련이 실시됐다"면서 "해안포들은 대부분 5m 정도 포상전개(갱도 밖으로 노출)돼 있으며 사격연습으로 포탄이 해상에 떨어지면서 발생한 물기둥이 관측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에도 포성이 들렸다고 그는 덧붙였다.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는 꽃게잡이철을 맞아 중국 어선들이 떼지어 조업을 하고 있었다. 오후 3시쯤 연평도 NLL 인근에서 조업 중인 중국어선은 103척이었다. 연평도 흑룡부대 관계자는 "자그마한 오성홍기를 단 30∼60t급 중국어선들이 곡예하듯 NLL을 넘어오기도 해 올들어서만 벌써 6척을 해경이 나포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매주 화요일 근무교대를 하는 북한 경비정도 NLL을 침범하는 등 우리 해군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해군과 해경은 중국 어선들을 24시간 교대체제로 밤낮없이 감시하느라 피로가 누적된 상태였다. NLL 경계근무를 서고 있는 고속정 359호 편대장은 "철통 같은 해상경계작전을 펼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백령도·연평도=국민일보 쿠키뉴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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