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한 호날두에 가려진 순둥이 박지성

무례한 호날두에 가려진 순둥이 박지성

기사승인 2009-05-11 13:36:00
[쿠키 스포츠] 축구에서 감독의 눈에 들고 싶다면 골을 넣어야한다. 그러나 골을 넣어도 시선을 끌지 못했다면 자신을 강하게 드러내보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지난 10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 올드트래포드서 열린 2008∼2009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36라운드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2골 차로 앞서던 후반 12분 박지성(28)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4)를 동시에 교체했다.

최근 물오른 기량을 과시하며 세 경기 연속 골을 노렸던 박지성이었지만 퍼거슨 감독은 거침없이 교체를 단행했다. 퍼거슨 감독에게 불만을 표시할 법도 하지만 박지성은 경기를 마친 뒤 “선수 교체는 감독이 결정할 문제다. 크게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호날두는 달랐다. 그는 퍼거슨 감독의 교체 지시를 받자 못마땅한 표정으로 그라운드에서 빠져 나갔다. 자신과의 교체 투입을 기다리던 웨인 루니의 손을 뿌리치더니 팀 스태프가 건낸 수건을 집어 던지기까지 했다. 선수 대기석에 앉아서도 계속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불만을 강하게 표시했다.

호날두의 행동은 자칫 무례해 보인다. 팀 내 에이스라는 점을 차치하더라도 거만해보이기까지 한 그의 행동은 팬과 팀 동료들의 마음을 돌아서게 할 수 있다. 그러나 퍼거슨 감독에게 다시 한 번 자신의 위치를 재확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퍼거슨 감독은 경기를 마친 뒤 맨유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된 인터뷰에서 호날두의 행동을 두둔하면서 “그는 단지 더 뛰고 싶어했을 뿐이다. 선수들의 뛰고자 하는 마음은 훌륭한 것”이라고 했다. 반면 퍼거슨 감독은 이날 박지성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퍼거슨 감독에게 박지성은 ‘예스맨(Yes man)’일지도 모른다. 좋은 인상을 주어서 나쁠 것은 없겠지만 자신을 강하게 어필할 때도 있어야한다. 무난한 수준의 말과 행동으로는 감독으로부터 확실한 눈도장을 받을 수 없다.

박지성은 이날 평소와 같은 무난한 수준의 활약을 펼쳐 무난한 평점을 받았다. 영국 언론 스카이스포츠는 이날 박지성에게 평소대로 “열심히 뛰었다(Worked hard)”는 평과 함께 다른 선수들과 같은 6점의 평점을 매겼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김철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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