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은 자만이 주전을 차지한다는 비정한 생존의 법칙이 프로스포츠를 관통하고 있다.
무한경쟁은 팀의 잠재력을 끌어올려 경기력의 극대화를 이뤄내고 있다. 하지만 경쟁이 주는 스트레스로 인해 오히려 성적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꾸준한 출전이 성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심심찮게 눈에 띄어 출전 기회를 제한하는 플래툰 시스템이 선수의 발전을 가로막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경쟁 만이 살길= 프로야구 SK는 상황에 따라 출전 선수를 바꾸는 플래툰 시스템을 철저히 따르는 것으로 유명하다. 김성근 감독은 2006년 팀을 맡은 이후 주전과 후보를 가르는 기준을 없앴다. 누구라도 훈련에 게으르면 명단에서 뺐고, 이름값에 관계없이 성적이 선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됐다. SK는 2년 연속 정규리그-플레이오프 통합우승을 차지하며 역대 최강의 야구팀으로 꼽힐 만한 전력을 갖췄다.
지난 시즌 꼴찌이자 2002년을 마지막으로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사라졌던 LG도 올 시즌 FA(자유계약선수) 영입을 통해 경쟁이 촉발되며 성적이 급상승했다. 이진영, 정성훈이 주전 자리를 꿰차면서 LG의 내·외야는 술렁거렸다. 잠시라도 훈련을 게을리하면 도태될 수 있다는 생각에 안치용-박용택-이대형 등 기존 선수들의 경쟁이 불을 뿜었다. 3루에 자리 잡은 정성훈도 외국인 선수 페타지니(1루수)와 함께 내야진의 경쟁을 일으켰다. 야구계에선 올 시즌 LG 선수들의 눈빛이 달라졌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잡은 출전 기회를 어떻게든 놓치지 않겠다는 절박함이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날 좀 믿어달라= 일본 프로야구에서 뛰고 있는 이승엽(요미우리)은 플래툰 시스템의 최대 피해자로 꼽힌다. 출전이 들쑥날쑥하면 타격감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지난달 하라 감독의 반신반의 속에서 붙박이 선발 자리를 잡지 못하던 이승엽은 지난 9∼10일 경기에서 왼손 투수가 상대 선발로 나섰지만 선발로 출전했다.
최근 5경기에서 연속 안타를 쳐내는 동안 타율 0.500(18타수 9안타)의 물오른 타격감을 선보였기 때문. 원체 발동이 늦게 걸리는 이승엽으로서는 꾸준히 타석에 들어서며 감각을 조율할 시간이 필요했지만 요미우리 사령탑의 플래툰 시스템 적용은 그의 회복을 더디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많다.
프로농구 하승진(전주 KCC)도 늘어난 출전 시간 탓에 몰라보게 성장하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서장훈의 이적 이후 골밑을 혼자 책임지다 보니 스스로 잠재력을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이 늘었기 때문이다. 미국 프로농구 무대 진출에 실패한 것도 기라성 같은 선수들 틈에서 출전 시간을 보장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플래툰 시스템이 야속하기만 하다. 시즌 내내 퍼거슨 감독의 기용에 따라 큰 경기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해 애를 태웠던 박지성은 6일 아스널과의 유럽축구연맹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등 최근 선발 출장한 3경기에서 2골을 뽑아내며 진가를 발휘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선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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