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미국에서 귀국 이후 ‘침묵 모드’로 돌아섰다. 임시국회도 열리지 않기 때문에 당분간 비공식 일정만 소화할 것이라는 전언이다. 조기 전당대회론, 계파 화해론 등에는 이미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친박계 중진의원은 12일 ‘이명박 대통령이 박 전 대표에게 총리직을 제의하면 받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총리를 제의한다고 해도 지금 같은 방식이라면 받지 않을 것 같다”면서 “당분간 비주류의 길을 걸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만큼 이 대통령에 대한 불신의 뿌리가 깊고, ‘문제의 본질은 계파에 있지 않다’는 생각이 확고하다는 의미다.
박 전 대표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유정복 의원도 이례적으로 박 전 대표의 입장을 명확히 공개했다. 유 의원은 평소 ‘오해받을 수 있다’며 공개적인 발언을 자제해왔다. 전날 이성헌 제1사무부총장이 최고위원회의에서 주류들을 맹공한데 이은 릴레이 입장표명이다. 유 의원은 본보와의 통화 및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재·보선에서 참패한 본질적인 이유는 국민 공감을 얻지 못한 정책추진, 잘못된 인사와 잘못된 공천 등 이명박 정부 국정운영 전반의 신뢰 상실”이라며 “본질을 외면하고 계파 문제만 거론하는 것은 진단 자체가 잘못됐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상황이 잘못된 방식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명확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내 상황은 박 전 대표의 침묵을 두고볼 만큼 녹록지 않아 보인다. 박희태 대표를 비롯한 원희룡 쇄신특위 위원장 등이 모두 “박 전 대표와 만나야 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박 대표는 “만남에 대한 계획을 잡지는 않았으나, 만나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쇄신 문제를 처음 제기했던 민본21 의원들도 간담회를 갖고 “쇄신특위와 의원 연찬회 등을 중심으로 의원들의 민심을 수렴하는 작업이 진행돼야 한다. 조기 전대로 논란을 벌이기보다는 국정쇄신과 당쇄신에 무게를 실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조기전대를 주장했던 친이계 ‘함께 내일로’도 13일 간담회를 열어 쇄신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구 소장파 권영세 의원은 라디오방송에서 “(박 전 대표가) 주류측에 대한 믿음이 없다 하더라도 화합을 위해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론을) 받아들이는 게 맞았다”고 말했다. 쇄신과 단합을 둘러싼 백가쟁명이 계속되는 와중에, 박 전 대표는 이날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남도영 노용택 기자
dynam@kmib.co.kr
▶뭔데 그래◀ '원칙인가, 몽니인가' 박근혜 전 대표의 원칙론 어떻게 보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