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투표는 이제 그만=한나라당 쇄신특위가 지난 15일 국회에서 개최한 초선의원 연찬회에서는 ‘묻지마 투표’에 대한 초선의원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L의원은 “원내대표가 O냐 X냐라는 얘기 말고 법안 내용을 알려줘야 표결할 것 아니냐”며 “당의 대표라는 분들이 ‘청와대 뜻’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을 때는 황당했다”고 말했다. K 의원도 “본회의에서 소신 투표를 할 때는 솔직히 후환이 두렵다”며 “당내 의사결정 구조를 민주화해 청와대가 아니라 당이 법안 통과를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참률이 75.5%에 달했으나 “참석했지만 모르면 투표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던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17일 “법안 내용을 모르고 본회의장에서 투표하는 것에 죄책감마저 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은 “과잉 당론 시대”라며 “시시콜콜한 이익단체들의 법안까지 당론으로 정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제 좀 바꾸자=민주당 이강래 신임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경선 정견발표에서 “의원들이 본회의에 무슨 법안이 올라오는지 몰라 거수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며 “원내대표에 당선되면 본회의 시작 전에 법안들의 내용과 쟁점을 미리 배포토록 하겠다”고 공약했다. 표결처리방식에 대한 개선책이다. 이 원내대표의 측근은 “본회의 시작 전 의원들에게 무슨 법이 상정되는지에 대한 기본 정보도 주지 않고 당론이라고 무조건 버튼만 누르게 하는 것은 의원을 기계로 취급하는 것”이라며 “국회 전체적으로 안되면 민주당만이라도 의원들에게 본회의 표결에 필요한 법안 정보 서비스를 제공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21일로 예정된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의원들의 투표 자율성 확립은 주요 이슈가 될 전망이다. 후보로 나선 정의화 의원은 ‘크로스 보팅(Cross Voting)’ 확대를 공약했다. 정 의원은 “나라와 당의 운명과 무관한 사안에 대해서는 최대한 의원들의 자율적 판단에 맡기는 크로스 보팅을 확대해 소모적 정쟁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안상수 의원 역시 “당명이라는 이름으로 강행되는 상명하달이 아니라 헌법기관인 의원 개개인의 창의성을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손숙미 의원은 초선의원 연찬회에서 졸속 심사를 방지하기 위해 법안심사소위 의무 심사기간 지정을 제안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남도영 손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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