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2009 프로야구 LG가 ‘뒷심 야구’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진흙처럼 끈끈하게 추격하고 쉽사리 떨어질 줄 모른다. 툭하면 포기하고 돌아서던 지난해와 달라진 모습이다. 선수들이 몸을 던지며 경기를 하는 바람에 경기가 끝날때 쯤이면 흰 바탕에 검은 줄무늬인 유니폼이 황토색으로 변하곤 한다.
21일 오후 6시31분에 시작해 22일 0시29분에 끝난 올 시즌 2번째 ‘무박 2일’ 경기에서 LG는 달라진 팀 컬러를 또한번 발휘했다.
선발투수가 일찌감치 무너져 3-9, 6점차로 뒤지고 있었지만 6회초 10-10으로 따라잡았다. 추격전이 벌어진 바로 다음 이닝인 6회말 곧바로 3점을 내줘 10-13으로 끌려갔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KIA가 마무리 윤석민을 마운드에 내보냈지만 전혀 위축되지 않고 9회초 동점을 만들고 연장에 들어가 결국 무승부를 만들어냈다. 프로야구 역대 최장 시간 기록을 7분 늘린 5시간 38분에 걸친 사투였다.
LG 선수들은 경기를 마친뒤 샤워를 하고 늦은 저녁식사를 먹은 다음 버스에 올랐다. 22일부터 잠실에서 한화와 주말 3연전이 잡혀있기 때문이다.
LG 구단 스태프는 “광주에서 출발해 밤새 차를 몰아 서울에 도착한 시간이 새벽4시20분이었다. 선수들은 새벽 6시쯤 잠자리에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SK와의 홈 경기에서도 1-9로 뒤진 9회말 대거 8득점하며 경기를 원점으로 돌린 경험이 있다. 연장 12회초 대량 실점하며 패하긴 했지만, 이날의 분전은 3일 뒤 히어로즈전으로 이어져 5-13의 열세를 극복하고 22대 17 승리를 따내는 원동력이 됐다.
1루수가 마운드에 서고, 포수는 외야 수비로, 투수는 대주자로 나설 만큼 총력전을 펼치는 일도 잦아졌다. 21일 경기에서 이대형은 슬라이딩 도중 유니폼이 찢어질 정도로 몸을 날렸다. LG팬들은 1990년대 2차례 우승을 차지했던 ‘신바람 야구’가 부활하고 있다며 들뜨고 있다.
하지만 LG는 팀 평균자책이 5.24에 이를 정도로 불안한 투수진이 약점이다. 산술적으로 경기마다 6점 이상을 뽑아야 승리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봉중근, 심수창을 빼면 믿고 맡길 선발 투수가 없다.
재활에 성공한 박명환과 새 외국인 투수 바우어도 지켜볼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불펜에서도 류택현을 제외하면 믿음을 주는 투수가 없기는 마찬가지. 결정력 있는 대타 요원 부재와 베테랑 포수 김정민의 부상도 변수로 지목된다.
결국 LG가 고공비행을 하려면 활화산 같은 타선이 계속 터져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투수는 꾸준한 투구를 펼칠 수 있어도 타선에는 기복이 있게 마련. 마운드가 안정될 때까지 LG 팬들은 춤추는 방망이에 따라 울고 웃어야 할 형편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선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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