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자업계 역습에 대비하라”

“일본 전자업계 역습에 대비하라”

기사승인 2009-06-02 17:43:01
[쿠키 경제] 일본 전자업계의 환골탈태가 무섭다. 지난해 말부터 실적 부진으로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지만 이 참에 전통적 영역까지 대수술에 나서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다. 일본과 경쟁하는 우리 기업에게 큰 위협 요인이다.

LG경제연구원은 2일 ‘과거와 달라진 일본 전자기업의 구조조정’ 보고서에서 “최근 일본 기업의 구조조정에는 근본적인 가치마저도 개혁하려는 결연함이 느껴진다”며 “우리 기업들이 방심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2008 회계연도(2008년 4월∼2009년 3월)에 일본의 간판 업체들이 줄줄이 대규모 적자를 낸 반면, 상대적으로 선방한 삼성전자, LG전자, LG디스플레이, 하이닉스 등은 TV, 휴대전화, D램, LCD 시장에서 일제히 점유율을 높였다.

일본 업계는 일시적으로 움츠러든 것으로 보인다. 소니, 파나소닉 등 9대 전자기업의 지난해 영업적자는 1852억엔으로 2001년 IT 버블 붕괴 때의 3000억엔보다 작다. 영업적자에 비해 엄청난 규모(2조106억엔)의 순손실이 발생한 것은 구조조정 비용이 미리 계상됐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은 전방위로 진행되고 있다. 우선 일본 기업의 근본이라 할 수 있는 종신 고용 원칙이 폐기됐다. 소니가 1만6000명, 파나소닉이 1만5000명, NEC가 2만명을 감축했다.

계열사와의 신의를 중시하는 전통적 사업 철학 때문에 좀처럼 고쳐지지 않던 문어발식 사업 구조도 해체되고 있다. 파이오니어는 1분기를 끝으로 PDP 사업을 접은 데 이어 내년 3월까지 TV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할 계획이다. 파나소닉도 채산성이 악화된 LCD 부문을 매각했으며 히타치는 D램 사업에서 물러났다.

제품 기획부터 완성까지 수직계열화를 강조하는 일본식 사업 모델도 유연하게 바뀌는 중이다. 디지털TV에 뒤늦게 뛰어들어 시행착오를 경험한 소니는 글로벌 부품 아웃소싱과 외주 생산을 늘리기로 했다. 도시바 역시 TV 외주 생산을 내년까지 600만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기술력과 브랜드 파워가 여전히 뛰어난 일본 기업들은 고강도 구조조정으로 경쟁력을 키워 순식간에 공세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LG경제연구원 유미연 연구원은 “달라진 시스템이 자리잡기까지는 혼선을 피할 수 없어 단기적으로 우리 기업에 긍정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신중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천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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