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부처 이기주의는 어찌보면 당연한 이치다. 성장에 촛점을 맞춘 기획재정부와 분배를 고민하는 보건복지가족부가 내놓는 정책 방향이 같을 순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시경제와 산업, 복지, 교육 노동 등 정책영역이 교차하는 부문에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선 정책결정 과정에 대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부처 이기주의 근본 원인=부처 이기주의의 저변에는 관할권에 대한 다툼이 깔려 있다. 수평적인 관계에 있는 부처들 가운데 특정 부처가 다른 부처를 평가하거나 사업을 주도하는데 대한 거부감에서다.
지난 3월 보건복지가족부가 중앙행정기관과 각급 지방자치단체의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실적을 평가해 다음 추진계획에 반영하려던 계획이 무산됐다. 논의과정에서 다른 관계 부처들이 “법적 근거가 없다”며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참여정부 당시 대통령 직속이던 저출산·고령화 관련 업무가 지난해 2월말 정부 조직 개편과 함께 복지부 주관으로 바뀌면서 다른 부처들이 거부권을 들고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 대책간 방점을 어디에 두느냐를 놓고 조율 대신 힘겨루기 양상을 보였던 지난 4월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곽승준 대통령 자문 미래기획위원장이 ‘학원 심야교습 금지’ 법제화 방안을 거론하자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바로 “충분히 사전 협의가 안 된 설익은 정책”이라고 맞받아치면서 시작된 기싸움은 당정협의 과정에서 해당 방안이 백지화되면서 끝났다.
그동안 복지·교육·노동 관련 사업에 의욕적이던 미래위원회도 위원장 발언 이후 매우 민감해진 분위기다. 미래위 관계자는 “사회 안정분야의 정책의제 개발에 기여하는게 임무지만 정책 추진 자체는 부처가 하는 것이다보니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해결방안은=강만수 전 재정부 장관을 필두로 한 1기 경제팀의 문제로 지적됐던 불협화음은 2기 경제팀 들어 인적 구성을 바꾸면서 해소됐다. 문제는 인적구성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이질적인 부처간 갈등이다. 부총리제를 없앤 현 정부 조직상 부처간 조율 기능은 총리실의 권한이자 임무다. 그러나 관할 범위에 비해 조직의 한계로 부처가 제각기 내놓는 정책을 뒤쫓기도 벅찬 상황이다. 때문에 대통령 직속 위원회가 이 간극을 메꿔야 한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유경준 재정성과평가실장은 “ 과거에도 복지 노동 교육이 분리돼 중복적이고 비효율적인 내용이 많다는 지적에 현 정부 들어 중복수혜를 없애고 복지효율을 높이는데 집중하고 있다”며 “다만 이들 분야가 중첩돼 단일 부처로 해결할 수 없는 사안의 경우 미래기획위원회가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관계자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에서 치고 나가려 하면 부처간 협의도 없이 왜 이러냐는 반응에 직면하기도 한다”며 “그러나 경제위기대책은 물론 최근 정책 트랜드 자체가 개별 부처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한계가 있어 위상이나 역할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동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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