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책 초점 틀리고,생명윤리 문제 등한시

정부 정책 초점 틀리고,생명윤리 문제 등한시

기사승인 2009-06-04 21:23:01


[쿠키 사회] 정부의 난임(難妊) 정책은 충분치 않은 지원금을 소득 규정에 따라 일부만 지원한다는 게 문제다. 치료에 많은 비용이 드는 상황에서 정부 지원에 소외된 난임부부들은 치료를 계속해야 할지 고민에 빠져 있다. 이식배아 수를 제한하지 않는 등 생명 윤리를 해치는 상황이 방치되는 것도 논란이다.

지원 대상 초점 제대로 못 맞춰

보건복지가족부는 2006년부터 난임 여성 치료비를 지원하고 있다. 올해는 기초생활수급자에게 270만원, 부부 월 평균 소득이 448만원 이하인 가정에 150만원을 각 최대 3회씩 체외수정 시술비로 지원한다.

중견기업에 근무하는 주모(38)씨는 "내 월급은 전부 난임 치료에 들어가고, 남편 월급만으로 생활한다"며 "부부 중 하나가 일을 포기해야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주씨는 "불경기인데다 일과 치료를 병행하는 게 고된 일이라 치료를 포기할까 한다"고 덧붙였다.

체외수정 시술에는 한번에 300만∼500만원씩 든다. 보통 3회 이상 시술받고, 약값 등이 더해지면 난임 치료에 1000만∼2000만원씩 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3회 시술을 가정하면 기초생활수급자는 90만∼690만원, 나머지 지원대상자는 450만∼1050만원을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이렇다보니 기초생활수급자 10명 중 1명 만이 난임 지원을 받고 있다.

난임부부들을 지원하는 박춘선 사단법인 아가야 대표는 "모든 난임부부들에게 소득별로 차등 지원을 하는 게 난임 문제 해결에 효과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난임 치료에 초음파 검사부터 단계적으로 건강보험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잖다. 전문가들은 "난임 지원으로 출생률이 높아지면 건보 재정을 충당할 수 있는 인구가 늘어나는 셈"이라고 입을 모았다.

생명 윤리 차원 정책 마련 시급

난임인 김모(39)씨는 기적처럼 자연임신으로 생긴 아이를 자궁근종 때문에 지워야 했다. 아이를 지운 것도 속상한데 담당의사의 한마디는 더 큰 상처가 됐다. 의사는 "자궁근종 수술 때 나팔관을 아예 제거하는 게 깔끔하고 좋다"며 "어차피 체외수정 시술을 할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씨는 "나팔관이 완전히 없어지면 자연 임신은 꿈도 못 꾼다"며 "의사들에게 난임 여성은 환자가 아니라 수백만원도 아낌없이 쏟아붓는 손님일 뿐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는 난임을 질병으로 보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 생명윤리 차원의 접근을 하지 못하는 정책의 한계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영국, 미국 등 선진국에선 체외수정 시술이 생명윤리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시술 지침을 만들어 놓고 있다.

대표적인 예는 이식할 수 있는 배아수의 제한이다. 성공률을 높이려고 배아를 많이 이식할 경우 다태아(쌍둥이 이상)가 나올 수 있다. 이 경우 조산·유산·미숙아가 태어나거나, 산모가 합병증을 앓는 부작용이 생긴다. 이식 배아수를 제한하지 않는 우리나라에선 체외수정 시술로 태어난 아기의 10명 중 4명이 다태아다.

CHA의과대학교 윤태기 교수팀은 '2007년도 불임시술 지원사업 평가 및 시술기관 질 관리' 보고서에서 "주관적인 시술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선 난임 진단 및 치료를 위한 강제성을 지닌 법적 지침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문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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