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 비엔날레 김아타 “인생이란 위대한 퍼포먼스, 함축해 보여줄 것”

베니스 비엔날레 김아타 “인생이란 위대한 퍼포먼스, 함축해 보여줄 것”

기사승인 2009-06-07 16:39:01

[쿠키 문화] 제53회 베니스 비엔날레 공식개막을 이틀 앞둔 5일 오후 1시(현지 시간) 베니스 현지의 팔라초 제노비오 전시장. 과거 궁전이었던 이 건물의 넓은 정원에서는 ‘아리랑’ ‘따오기’ 등 한국적 정서로 가득한 노래들이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이주향 수원대 교수를 비롯한 4명의 남녀가 여기저기 흩어져 ‘시지프스 신화’ 등을 차용한 행위예술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었다. 이윽고 검은 제복의 사내가 검은 선글라스를 낀 채 나타나 온통 붉은 천으로 덮인 리프트 위에 올라탔다. 리프트가 서서히 올라가 10여m 상공에 다다르자 이 사내는 돌연 손을 번쩍 들어 준비해 둔 사진 뭉치를 아래쪽으로 마구 뿌려댔다. 하늘은 온통 눈송이처럼 휘날리는 사진 1만여 장으로 뒤덮였고, 밑에서 이를 바라보던 관람객 100여명은 돈다발이라도 되는 양 사진을 줍기 위해 우왕좌왕했다.

사진작가 김아타(53·사진)가 이날의 기이한 퍼포먼스 ‘2009 GAIA’(가이아·대지의 신)를 신호탄으로 제노비오 전시장 1·2층에서의 특별전을 시작했다. 그는 “가장 위대한 퍼포먼스는 한 인간의 일생”이라며 “그걸 짧은 시간에 함축적으로 보여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동양철학에 기반해 초월적인 작품세계를 보여주는 특별전 제목은 ‘온 에어’(ON-AIR)다.

대표적인 작품은 ‘인달라 시리즈’. 그는 지난해 5월부터 뉴욕, 파리, 로마, 도쿄, 모스크바, 프라하, 델리 등을 순회하며 한 도시당 1만 컷의 사진을 찍은 뒤 그 모든 이미지를 겹치고 포개 단 하나의 이미지로 만드는 독창적인 작업을 벌여왔다. 1만 컷이 합쳐진 회색 톤의 최종 이미지는 불변하는 것이란 없음을 의미한다. 퍼포먼스에서 뿌린 사진들이 바로 인달라 시리즈에 사용된 것들이다. 이 밖에 한 컷에 8시간씩 노출을 준 몽환적인 도시 사진 연작들, 얼음으로 만든 파르테논 신전이 녹아내리며 파괴되는 과정을 촬영한 영상물 등 총 22점이 비엔날레 폐막일인 11월22일까지 각국의 관람객들을 맞는다.

김아타는 “눈에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세상의 모든 현상과, 존재하는 모든 것은 결국 사라진다는 개념을 바탕으로 한 작업”이라며 “사진을 매개로 조각과 설치, 미디어 등 다양한 현대미술 작품을 전개하는 아티스트로서 이번에 내 모든 역량을 보여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베니스 비엔날레 공인 특별전은 비엔날레 사무국 및 이사회의 심사와 승인을 거쳐 총감독이 최종 결정하는 매우 까다롭고 엄격한 과정을 거친다. 김아타 이전에 한국 출신 작가가 특별전을 개최한 경우는 2007년 서양화가 이우환이 유일하다. 김아타 특별전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추천 및 후원, 영국 런던에서 활약해온 독립 큐레이터 이지윤씨와 갤러리 학고재의 기획으로 성사됐다. 베니스=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호경 기자
hkkim@kmib.co.kr
김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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