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정부와 공공기관이 최저임금 규정을 앞장서서 무시하고 있다. 이들은 예산 10% 삭감을 골자로 하는 기획예산처의 올해 공공기관 예산편성지침을 내세워 청소용역 근로자들에 대해 최저임금법에서 정한 최저임금 반영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런 관행은 민간업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14일 최저임금위원회와 민주노총 여성연맹에 따르면 정부대전청사의 경우 대부분 비정규직 여성인 청소용역 근로자들은 최저임금을 받아 왔다. 그런데 올 들어 이들에게 최저임금 인상분(6.1%)이 적용되기는커녕 월급이 7만원 삭감됐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 법률(이하 국가계약법)'은 제조업 보통인부 단가를 기준으로 청소용역 예정가격을 책정하도록 돼 있다. 참여정부 당시 수립한 공기업 비정규직 대책에 따라 2007년 10월 국가계약법상 최저임금 기준의 용역단가가 최저임금보다 43%(2008년기준)나 더 많은 보통인부 단가로 바뀐 것이다.
정부대전청사가 이를 반영하지 않자 여성연맹은 지난 3월초부터 대전청사 행정과와 입찰을 대행한 대전지방조달청에 시정을 요구했다. 대전청사측은 " 국가계약법상 회계 예규는 꼭 지켜야 할 강제 규정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여성연맹이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하자 용역업체인 오뚜기토탈시스템과 이 회사 노조는 올들어 삭감된 임금을 1월부터 보전하고, 최저임금 인상분으로 4월1일부터 1인당 4만6000원을 책정하며, 행정안전부가 7600만원을 마련한다는 조정안에 지난 4월20일 합의했다. 그러나 이후 합의사항은 하나도 실천되지 않고 있다.
한국철도공사도 지난 1월 말 10개 지사의 청소용역 신규 입찰계약에서 감원과 임금삭감을 동시에 단행했다. 이로 인해 청소용역 근로자들의 급여가 95만7000원에서 85만원으로 13.1% 깎였다. 대구시 지하철은 올 들어 청소용역 월급여를 5만800원 삭감했지만, 하루 근로시간을 30분 단축하는 편법으로 최저임금법 위반 시비를 피했다.
최저임금위원회 정태면 상임위원은 "공공기관과 공기업이 예산삭감 지침이 내려올 때마다 형식상 근로시간을 줄이거나 인원을 줄여 남은 용역근로자의 노동 강도를 높이는 편법을 사용하곤 한다"면서 "노동부가 관계부처와 협의를 강화해 최저임금 인상분이 실질적으로 반영되도록 지침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임항 노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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