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서울 화곡동 일대에서 심야시간에 귀가하는 여성들을 상대로 한 ‘묻지마 테러’가 잇따르면서 경찰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2차례 여성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데 이어 이달 초에도 3건의 여성 폭행 및 성추행 사건이 일어났다. 성추행범은 동종 전과가 많으면 구속되지만 대부분은 벌금이나 기소유예 처분을 받는다.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지난달 29일 유모(29)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유씨는 지난달 18일 화곡 4동에서 30대 주부, 28일 화곡 2동에서 20대 여성을 성추행했다. 경찰은 잠복 수사를 한 끝에 유씨를 붙잡았다.
하지만 유씨 검거 뒤에도 범죄는 끊이지 않았다. 지난 2일과 4일 새벽 2시에 화곡7동에서 10대, 20대 여성이 성추행을 당했다. 7일 오후 11시에는 화곡본동에서 20대 여성이 성추행과 폭행을 당한 일이 발생했다.
경찰은 지난 13일 화곡동 밤길을 배회하던 남성을 용의자로 판단해 붙잡았다. 이 남성은 범행 사실을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거주지인 양천구에서 1.5㎞나 떨어진 곳에서 이유 없이 돌아다녔고, 검거 당시 여성들 주변을 맴도는 의심 행동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은 피의자인지 3건의 범행을 저지른 동일범인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유독 화곡동이라는 좁은 지역에서 한달 동안 여성 상대 범죄가 5건이나 발생한 이유는 뭘까. 경찰은 다세대 연립주택 등이 밀집한데다 골목길 등이 많아 범행 대상 물색, 도주 등에 용이하다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아파트 단지가 많은 동네처럼 폐쇄회로(CC)TV가 설치되지 않은 점도 약점이다.
또 경찰은 관할 면적이나 인구에 비해 경찰관 수가 적어 치안 유지에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한다. 강서경찰서는 서울시 면적의 7%를 차지하는 41㎢를 관할하고, 이곳에 거주하는 인구는 60만명이다. 관할 인구 가운데 화곡본동, 화곡 1∼8동에 절반이 살고 있다.
강서경찰서 소속 경찰관 770명은 1인당 주민 753명을 담당하고 있다. 전국 평균 경찰관 1인당 담당 주민 수는 525명, 서울 평균은 426명이다. 강서서 관계자는 “관할 면적이 넓고 인구가 많다보니 한달 평균 1만건 정도의 112 신고가 들어올 정도”라며 “경찰 차량은 지구대 1곳에 3∼4대로 한정돼 있어 출동 시간이 오래 걸리고 사건이 겹치는 경우가 많다”고 호소했다.
여성 폭행·성추행 사건이 계속 발생하자 강서경찰서는 강력팀에 사건을 맡겼다. 강력팀에서는 서울지방경찰청에 성추행으로 입건됐던 사람들 전체 명단을 요청했다. 한 피해여성의 남자 친구는 “그날 이후로 여자 친구가 남자 만 봐도 놀라고, 다른 사람 도움 없이는 혼자 귀가도 못한다. 경찰에서 빨리 범인을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시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치안을 강화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서윤경 임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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