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마’ 주역 박현주 “건강한 두려움으로 새롭게 노력하죠”

‘노르마’ 주역 박현주 “건강한 두려움으로 새롭게 노력하죠”

기사승인 2009-06-21 17:23:00


[쿠키 문화] 오페라 ‘노르마’가 21년 만에 국내 무대에 다시 오른다. 국립오페라단이 25∼28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하는 ‘노르마’는 이탈리아 시칠리아 출신의 작곡가 빈첸초 벨리니(1801∼1835)의 작품 중 최고로 꼽히는 오페라로 고운 선율과 폭넓은 음역의 노래, 강렬하면서도 아름다운 주인공 노르마가 돋보인다. 국내에서는 1988년 국립오페라단이 국립극장에서 우리말로 번역한 ‘노르마’를 선보인 적이 있다. 이탈리아 원어로 공연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노르마’는 소프라노에게 한계 이상의 능력을 요구하는 작품이다. 주인공은 작품 전체의 80% 가량에 출연해야 하기에 체력적으로도 힘들고, 음악적으로도 상당한 기교가 필요하다. 보통 실력으로는 어림없다는 얘기다. 20세기 최고의 오페라 가수로 꼽히는 마리아 칼라스(1923∼1977)를 비롯해 몇 명만 이 역을 잘 소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 노르마 역으로 오랜만에 국내 나들이를 하는 소프라노 박현주(34)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숙명여대 성악과를 졸업한 박현주는 97년 동아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하고 98년 오페라 ‘리골레토’의 질다 역으로 국내 무대에 선 뒤 독일 유학길에 올랐다. 이후 독일에서 활동 중이다. 일본 시즈오카 국제 오페라 콩쿠르 1위, 독일NRW 베를하임 음악 콩쿠르 1위, 독일 쾰른 국제 성악 콩쿠르 1위(이상 2002년)에 올랐고, 2004년과 2005년에는 독일 아인스베르그성 콩쿠르에서 ‘노르마’의 루치아 역과 노르마 역으로 연이어 우승을 거머쥐며 주목받았다. 2005년부터 그는 노르마 역으로 약 20차례 무대에 올라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 18일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박현주는 국내 무대에 서는 설렘으로 들떠 있었다. “유럽에서도 노르마를 소화할 수 있는 오페라 가수는 그렇게 많지 않아요. 노르마라는 인물에 맞는 목소리와 어법, 표현력을 동시에 갖춘 사람을 찾기가 어렵거든요. 그래서 유럽에서도 자주 공연되는 작품은 아니지만 유럽은 저변이 넓다 보니 보려고 마음만 먹으면 어디선가는 볼 수 있어요.”

‘노르마’는 한 여인의 비극적인 사랑을 강렬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로마의 지배를 받고 있는 골족의 사제 노르마는 로마에서 부임한 총독 폴리오네와 사랑에 빠지고, 둘 사이에는 두 아이도 있다. 하지만 폴리오네는 다른 사제인 아달지자와 사랑에 빠지고, 본국으로 소환 명령을 받자 아달지자와 함께 떠나려고 한다. 배신감을 느낀 노르마는 폴리오네를 죽이려다 망설이게 되고, 사제로서의 맹세를 어겼다며 자신을 화형에 처해달라고 부탁한다.

박현주는 “익숙한 만큼 건강한 두려움을 가지려고 한다. 매번 새롭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거의 모든 장면에 나오기 때문에 힘을 적절히 분배하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노르마 역은 국내 정상급 성악가인 소프라노 김영미(55)와 번갈아 맡는다. 20년 이상 나이 차이가 나는 선후배가 같은 배역으로 나서는 것도 흔치 않은 일이다. 박현주는 “저와 다른 색깔의 노르마를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면서 “이번 공연을 통해 처음 만났는데, 늘 친절하게 대해주시고 격려해주신다”고 감사를 표했다. 그는 “선생님이 연륜이 있으시기 때문에 갖가지 곡절을 겪는 노르마를 표현하시기에 더 자연스러울 것”이라고 겸손해했다(02-586-5282).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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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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