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1일 오후 6시 서울 광화문 문화관광체육부 정문 앞. 문화부의 한예종 감사 처분 철회와 자율성 보장을 요구하는 집회가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 비상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렸다. 집회 도중 사회자가 ‘한예종을 지키는 학부모 모임’을 무대로 불러냈다. 검은색 단체티를 입은 10여명의 학부모들이 앞으로 나오자 학생들은 어느 때보다 열렬한 박수를 보냈다.
“유인촌 장관, 더 이상 한예종을 흔들지 말고 학부모들에게 사과하시오.” 이준용(53·경기도 광주시)씨가 학부모 모임 명의로 작성된 성명서를 읽어내려갔다. 지난 달 15일 발표한 첫 성명서에 두 번째다. 이씨의 목소리는 이미 쉬어 있었다. 그는 “한예종답게, 유쾌하게 싸우라”고 당부하고 무대에서 내려왔다.
무역업을 하는 이씨는 지난 달 한예종 학부모 모임 대표를 맡았다. 딸이 한예종 4학년이다. 이씨는 “남자들은 생업에 바빠서 그런지 학부모 모임이 엄마들 위주로 되는데, 내가 남자라고 등 떠밀려 대표를 맡게 됐다”고 말했다. 학부모 모임은 5월 말 한예종 감사 결과가 발표되고 황지우 총장이 물러난 일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지난 달 13일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학교에서 모임을 갖는데 20여명 정도가 꾸준히 참여한다고 한다.
이씨는 “엄격히 말해서 학부모가 학교의 주인은 아니다”면서도 “그렇지만 자식들이 다니는 학교가 흔들리고 학과가 없어진다는데 어느 부모가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잘 나가고 있는 학교를 문화부가 왜 흔드는지 모르겠다”면서 “내가 보기엔 좌파 우파 문제가 아니라 밥그릇 싸움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딸이 다니는 학교를 관심있게 살펴 봤다는 이씨는 “이론교육이나 통섭교육 등은 한예종이 선도적으로 잘 해온 일인데 문화부가 하지 말라고 하니 납득할 수 없다”며 “한예종은 다른 학교들이 따라와야 할 모델이지, 한예종을 다른 학교와 똑같이 만들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학부모 모임은 학생비대위와 함께 문화부 앞 1인시위도 이어나가고 있다. 이씨는 “여기 있는 얘네들이 우리나라 예술을 이끌어갈 아이들”이라며 “학부모들은 한예종이 예전 그대로 굴러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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