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서류 위조 전문 업체들이 취업난을 겪고 있는 취업 준비생들을 상대로 유혹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대형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유명 취업 카페에는 서류 위조를 권하는 게시글이 자주 등장한다. 원하면 졸업증명서와 성적증명서는 물론 생활기록부, 토익성적표까지 위조해 준다는 광고글이다.
본보 취재팀은 지난 4일 업체에 직접 성적증명서 위조를 신청했다. 방법은 간단했다. 취업 카페에 올려진 게시글에 있는 이메일 주소로 서류 위조를 의뢰했다. 가격은 종류별로 다르다. 졸업증명서는 40만원, 생활기록부 45만원, 성적증명서는 50만원, 토익성적표는 30만원에 만들 수 있었다.
의뢰를 받은 업체는 필요한 인적 사항을 요구했다. 출신학교, 이름, 주민등록번호, 입학·졸업 연도, 전공학과 등이다.
위조업체는 생각보다 치밀했다. 가짜 주민등록번호를 보냈더니 이름과 주민등록번호가 일치하지 않음을 금세 알아차렸다. 발신번호 표시 제한으로 통화를 시도한 전화번호도 쉽게 파악했다. 업체는 제대로 된 주민등록번호를 확보한 뒤에야 서류 제작에 들어갔다.
오전 11시에 신청하자 오후 2시쯤 제작한 서류를 동영상으로 촬영한 이메일이 왔다. 동영상으로 제품 상태를 확인한 뒤 은행 계좌에 돈을 넣으면 전자 파일을 받을 수 있다. 업체는 50만원은 큰 돈이라는 말에 5만원을 깎아주는 여유도 부렸다. 입금하자마자 전자파일이 도착했다. 출력할 무게가 70g인 A3용지에 뽑은 뒤 A4용지 크기로 자르고, 컴퓨터 인쇄 옵션 중 페이지 비율을 없음으로 고쳐야 한다는 지시사항을 알려줬다. 원본은 해외 배송으로 사흘 뒤에나 받아볼 수 있다고도 했다.
위조된 성적증명서는 출신학과에 맞춰 업체가 과목을 선택해 134학점에 원하는 평점인 4.13(4.30 만점)으로 만들었다. 위조를 의뢰한 취재기자의 실제 평점은 3.50이다.
반면 허술함도 보였다. 서울대생이면 누구나 아는 3학점짜리 대학국어는 2학점으로 잘못 표기됐고, 경제학과의 전공필수 과목인 경제사는 빠져 있었다.
기업체 인사담당자는 속아 넘어갈 정도라고 평가했다. 통상 기업체들이 지원자가 제출한 서류에 큰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했다. 위조 성적증명서를 검증한 H기업 인사담당자는 “육안으로 판단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하다. 검증 시스템이 취약한 중소기업이나 경력이 주요 선발 기준인 경력직 입사자는 충분히 위조서류를 이용할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각 기업이 담당 부서를 통해 해당 학교 졸업자인지는 확인하고 있다. 하지만 성적은 개인 프라이버시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알아내기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위조를 의뢰했을 때에는 실시간으로 이메일 답변을 하던 업체는 기자 신분을 밝히고 연간 매출, 기업체에 제출해 취업한 사례 등을 묻는 이메일을 보내자 수신 확인만 한 뒤 답변을 보내지 않았다.
경찰은 서류 위조 업체들이 해외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수사하기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보이스피싱처럼 피해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원하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범죄이기 때문에 더 잡기 힘들다고 했다. 공문서 위조와 위조 공문서 행사는 10년 이하의 징역형, 사문서 위조와 위조 사문서 행사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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