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메신저 회사 차린 변국종씨

자전거 메신저 회사 차린 변국종씨

기사승인 2009-07-09 18:00:01

[쿠키 사회]“속도? 자전거는 충분히 빠릅니다. 거리? 서울은 물론 근교까지도 웬만하면 다 갑니다. 무게? 짐받이와 짐수레면 어지간히 싣습니다….”

변국종(42)씨 명함 뒷면에 적혀진 글자들이다. 변씨는 지난 4월 서울 광화문 미도파빌딩 지하1층에 사무실을 내고 자전거 메신저 사업을 시작했다. ‘자전거 메신저’란 도심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서류나 물건을 배달하는 사람을 가리키는데, 흔히 ‘메신저’로 쓴다.
뉴욕, 도쿄, 시드니 등에서는 도시마다 수천 명의 메신저들이 활동 중이다. 세계적으로 보면 우리나라처럼 오토바이로 퀵서비스를 하는 경우가 오히려 드물다.


변씨는 지난 8년간 퀵서비스 회사에서 일하면서 자전거 배달만을 고집해 왔다. 자전거가 좋아 자전거를 타며 할 수 있을 찾다가 퀵서비스 회사를 창안했다고 한다. 퀵서비스업계의 유일한 자전거 메신저였던 그가 자전거로만 배달을 하는 회사를 차린 것이다. 변씨는 자신의 명함 맨 밑에 굵은 글씨로 “자전거면 충분합니다!”란 문장을 힘차게 박아놓았다.

“자전거로 충분합니다, 진짜로. 여기 광화문에서 구로구 독산동 코카콜라까지 50분, 강남구청까지 40분이면 배달합니다. 서울 시내라면 무조건 1시간 안에 배달이 끝난다고 보면 됩니다.”

변씨는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서울에서 자전거 퀵서비스가 가능하다고 확신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아직 자전거 퀵서비스를 믿지 못하는 모양이다. 회사를 차린 지 3개월이 지났지만 고정적인 거래처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홍보전단 2000장을 찍어서 인근 빌딩과 과거 거래처에 돌렸지만 일감이 들어오지 않는다. 변씨는 “자전거 퀵서비스가 아직 검증이 안 됐기 때문에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들이 많다”며 “사람들의 인식이 변할 것으로 보고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변씨가 운영하는 회사 ‘바이클 쿠리어’(02-6329-9998)에는 현재 15명의 메신저들이 소속돼 있다. 다들 자전거를 취미로 즐기는 사람들로 주문이 있을 때만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일한다. 메신저 중에는 아줌마도 있고, 고3 학생도 있고, 70세 할아버지도 있다.

변씨는 “일감이 늘어서 메신저 숫자가 100명 정도까지 되면 성공이라고 본다”면서 “메신저가 100명쯤 되면 서울시내를 다 커버할 수 있고, 회사로써 안정성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관공서들이 일감을 나눠주길 요청했다.

“청와대, 정부 부처, 서울시청 등에 메일을 보내고 전화도 했어요. 택배물량을 조금만 나눠달라고. 그런데 자전거 정책을 편다는 정부에서 한 군데도 도와주는 곳이 없더군요. 이게 자전거를 이용해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사업인데, 왜 관심을 안 갖는지 모르겠어요.”

변씨에게서 메신저 사업을 개척한다는 자부심과 동시에 회사 운영에 대한 불안감이 엿보였다. 회사를 차린 후 개인 수입도 크게 줄었다. 배달을 하는 대신 사무실에 앉아서 주문전화를 받고 일감을 배분하고 지역 배달망을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맨땅에 헤딩하는 것 같다”면서도 “자전거로 가능하다는 걸 반드시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누군가는 서울에 메신저 회사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어요? 자전거를 쓰면 공기 안 더럽히고, 기름 안 쓰고, 즐겁게 일할 수 있어요. 당장은 돈 생각 안 할래요.”글·사진=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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