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개헌 논의가 다시 정치권의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가 가진 폐해가 크므로 권력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잠룡들, 동상이몽=여야 차기 대권주자 대다수는 개헌 필요성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권력구조 개편의 논의 시기와 방향에 대한 이견은 크다. 이는 향후 집권에 유리한지에 대한 계산과 무관치 않다.
차기 1순위로 꼽히는 박근혜 전 대표는 지난달 6일 미국 스탠퍼드대 초청 강연에서 “대통령이 4년 일하고 국민이 찬성하면 한번 더 기회를 주는 게 좋다”며 “이전부터 두 가지(4년 중임제, 대선·총선 동시 실시) 모두 찬성해 왔다”고 밝혔다.
4년 중임은 잘하면 8년동안 대통령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이 차기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판단하는 박 전 대표로서는 ‘8년 대통령’에 찬성할수 밖에 없다.
정몽준 최고위원도 현행 대통령제의 개편 필요성을 공감, 개헌 논의를 가능한한 빨리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선호하는 권력구조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현행대로 5년 단임제를 유지하되 지방의 권한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쪽이다.
야권 주자들은 대체로 여권이 주도하는 개헌 논의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 4년 중임제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현재 박근혜 전 대표의 독주속에 야권에 이렇다 할 주자가 없는 상황이어서 4년 중임제로 개헌할 경우 8년동안 야당을 더 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국내외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여권의 국면전환용 개헌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칩거중인 손학규 전 대표는 지난 17대 대선 당시 4년 중임제에 긍정적이었지만 지금은 다소 유보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지난 대선에서 4년 중임제 선호 입장을 제시한 바 있는 무소속 정동영 의원은 정치상황이 바뀐 만큼 다시 연구해야 한다며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지방정부가 독자적인 입법·사법·행정·재정 등 자치권을 행사하는 ‘강소국 연방제’ 도입을 대안으로 꼽는다.
◇개헌 논의 전망=논의는 김형오 국회의장이 주도하고 있다. 김 의장은 제헌절(17일) 기념식에서 여야가 참여하는 ‘개헌특위’ 구성을 공식 제안하면서 내년 6월 지방선거 이전에 개헌을 하자는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할 예정이다.
현역 국회의원 186명이 가입한 ‘미래한국헌법연구회’도 최근 개헌토론회를 열고 개헌론을 띄웠다. 일각에선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8월15일)을 전후해 개헌 필요성을 언급, 본격적으로 개헌 정국이 도래할 수도 있다는 예측도 제기한다.
개헌론자의 공통 논리는 크게 두가지다. 우선 1987년 6월 항쟁 이후 채택된 5년 단임제를 골자로 한 현행 헌법이 20년이 지난 후 시대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 현행 헌법에 따라 취임한 대통령들과 그 친인척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등 제왕적 대통령제의 과도한 권력 독점을 견제할 장치의 필요성도 역설한다.
여론조사기관인 모빌리쿠스가 지난 5월26일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개헌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49.0%로 ‘대통령제 유지’ 의견(41.5%)보다 많았다. 개헌이 필요하다는 응답자들은 ‘내각제와 대통령제를 혼합한 이원집정부제’(39.6%)를, ‘대통령 4년 중임제’(27.1%)나 ‘내각제’(17.2%)보다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에게 권력이 너무 집중된 현행 제도가 문제이니 고쳐야 한다는 것이 국민 다수의 생각이라면 개헌 주장은 힘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개헌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경제 위기와 남북 대치상황에서 개헌 문제로 국론이 분열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장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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