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문화] 세계 최초로 썩지 않는 사과를 개발한 한 시골 농부의 감동적인 실화가 일본에서 화제다. 주인공은 일본 아모리 현 이와키마치의 6만 평 농장에서 사과 재배를 하고 있는 기무라 아키노리(60·사진)씨.
그는 일본 생명농법의 창시자인 후쿠오카 마사노부의 ‘자연농법’이라는 책을 읽고 감명 받아 1978년부터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농법을 시도했다. 종전까지는 “해충을 없애려면 뿌릴 수 있는 만큼 다 뿌려야 한다”던 그였지만 농약은커녕 비료로 쓰지 않으면서 곧 혹독한 시련에 직면했다. 나방과 자벌레 등 병충해가 밤낮으로 들끓었고, 사과나무는 누렇게 말라 죽어 갔다. 농사를 망치면서 가산이 파탄 나자 자살을 결심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시 용기를 냈다. 새벽부터 밭에 나와서 온종일 사과나무에 붙은 벌레를 손으로 잡고, 분무기에 식초를 넣어 뿌리거나 식용 기름으로 나무껍질을 닦았다. 사과나무 한 그루 한 그루를 돌며 고개를 숙이고 “힘들게 해서 미안합니다. 꽃을 안 피워도, 열매를 안 맺어도 좋으니 제발 말라 죽지만 말아 주세요”라고 말을 건넸다. 일부러 잡초들이 자라는 대로 내버려 두면서 흙이 본래의 생명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애썼다. 주변 사람들의 손가락질에도 불구하고 대자연의 생명력을 굳게 믿었던 그는 9년에 걸친 시행착오 끝에 마침내 가지가 휠 정도로 사과가 열리는 결실을 맺었다.
기무라씨의 ‘야생 사과’는 우선 놀라울 정도로 맛있다고 한다. 생생한 풍미와 신선한 과즙이 살아있다는 게 먹어본 사람들의 공통적인 평가다. 게다가 냉장고에 넣지 않고 두 조각으로 가른 채 방치해도 몇 년이 지나도록 썩지도 않고 갈색으로 변하지도 않는다. 1991년 가을 아모모리 현에 강한 태풍이 상륙, 이 지역 사과의 90% 이상이 떨어져 농가에 치명적 타격을 줬지만 기무라씨의 사과는 대부분 나무에 그대로 달려 있었다고 한다.
그는 어떻게 농약도 안 쓰고 사과를 키울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실은 내가 아니라 사과나무가 힘을 낸 거지. 이건 겸손이 아니야.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사과나무를 돕는 것 정도야”라고 답한다. “아마 내가 너무 바보라 사과나무가 어이가 없어서 열매를 맺어 주는지도 모르지”라며 웃기도 한다.
그의 사과는 찾는 사람이 많아 온라인 판매 개시 3분 만에 품절될 정도로 날개 돋친 듯이 팔리고 있다. 이 성공담은 2006년 12월 일본 NHK 다큐 프로그램을 통해 방영돼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지난해 6월에는 책도 나와 곧 일본 아마존 논픽션 부문 1위에 올랐다. 1년이 넘은 17일 현재에도 논픽션 부문 1위, 종합 9위를 기록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김영사가 이 책을 번역해 ‘기적의 사과’라는 제목으로 출간했다.
지금도 잡초가 우거진 기무라씨의 밭에서는 수많은 벌레들이 숨 쉬고, 개구리가 알을 낳고, 들쥐와 토끼까지 이러 저리 뛰어다닌다고 한다. 밭 귀퉁이에는 이런 경고 푯말이 세워져 있다. ‘벌레에게 보내는 경고! 이 이상 밭에 해를 입히면 강력한 농약을 사용하겠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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