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는 좋은데 드라마가 좀…’ 영화 ‘해운대’

‘CG는 좋은데 드라마가 좀…’ 영화 ‘해운대’

기사승인 2009-07-19 17:39:00

[쿠키 연예] 영화 ‘해운대’(감독 윤제균)는 ‘우리나라에 쓰나미가 밀려오면 어떻게 될까?’라는 섬뜩한 상상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그 상황을 정교한 컴퓨터그래픽(CG)으로 실감 나게 그려낸다. 거대한 해일이 100만 인파가 운집한 해운대 앞바다를 덮치는 장면은, 올해 해운대로 휴가 갈 계획을 잡은 이들이 보면 생각을 바꾸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잘 만들어졌다. 영화 ‘투모로우’ ‘퍼펙트 스톰’ 등에서 CG를 담당했던 한스 울릭의 실력이다.

영화는 세 쌍의 커플 이야기가 축을 이룬다. 최만식(설경구 분)은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연희(하지원)를 좋아하지만 원양어선을 탔을 때 연희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는 죄책감 때문에 프러포즈를 못하고 있다. 지질학자로 쓰나미의 위험을 계속 경고하는 김휘(박중훈)는 문화 엑스포 행사 때문에 해운대에 온 전 부인 유진(엄정화), 딸 지민과 만난다. 하지만 지민은 휘가 아버지라는 사실을 모른다. 만식의 동생인 형식(이민기)은 해양구조대원으로 활동하다 서울에서 놀러 온 삼수생 희미(강예원)를 구해주고 그녀의 저돌적인 구애를 받으며 사랑을 키워나간다.

‘해운대’는 상영 시간의 절반 이상을 이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데 할애한다. 윤 감독은 전작인 ‘색즉시공’이나 ‘두사부일체’에서 보여줬던 유머 감각을 ‘해운대’에서도 선보이며 비교적 경쾌한 분위기로 영화를 전개한다. 하지만 쓰나미가 몰려오는 후반부로 가면서 영화는 매끄럽지 못한 모습을 보인다.

가장 큰 단점은 재난 상황에서 이들이 만들어내는 드라마가 빈약하다는 점이다. 긴 시간 동안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풀어놨지만 쓰나미를 매개로 갈등을 풀어나가는 과정은 설득력이 다소 떨어진다. 윤 감독은 지난 16일 기자시사회에서 “쓰나미만 있는 영화가 아니라 쓰나미도 있는 영화”라고 설명했다. 드라마에 방점을 찍어달라는 주문이었지만 그러기엔 힘이 달린다. 불가항력의 상황에서 인물들이 보여주는 모습이 지극히 평면적인 것도 약점이다.

그럼에도 ‘해운대’는 ‘트랜스포머2’나 ‘해리 포터와 혼혈왕자’ 등 여름을 겨냥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사이에서 선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웃음과 눈물, 볼거리 등 영화를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요소들을 잘 버무린 오락영화이기 때문이다. 23일 개봉. 12세가.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김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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