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감시자’ 서울시 특별사법경찰관

‘숨은 감시자’ 서울시 특별사법경찰관

기사승인 2009-07-27 17:16:00

[쿠키 사회] 주 5일 근무로 회식이 많은 목요일인 지난 23일 저녁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3번 출구 앞에서 추격전이 펼쳐졌다.

도망자는 강남역 일대에서 불법 성인 전단물을 뿌리던 김모(46)씨. 추격자는 서울시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들이었다. 단속을 나왔던 오인택 반장과 이필석 주임은 잠시 쉬려고 벤치에 앉았다가 바로 옆에 전단지를 내려놓는 김씨를 목격했다.

이 주임이 붙잡으려 하자 김씨는 힘껏 뿌리친 뒤 달아났다. 이 주임은 추격을 시작했고 오 반장은 전화로 도움을 요청했다. 결국 김씨는 주변을 수색하던 특사경에게 붙잡혔다. 김씨는 서초경찰서로 넘겨져 경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즉결 심판을 받았다.

지난해 4월 활동을 시작한 서울시 특사경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활약을 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특사경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법무부로부터 파견된 검사의 지도를 받아 시와 구청 직원 109명을 교육시켰다. 압수수색, 체포영장 집행 등의 권한도 갖고 있는 특사경들은 단속·수사 후 기소 의견을 첨부해 사건 발생 관할 검찰청에 범법자를 인계한다. 이전보다 민생사건 처리가 훨씬 빨라졌다.

경찰과는 수사 범위만 다르다. 수사권은 전문성이 필요한 환경법, 청소년보호법, 식품위생법, 약사법·공중위생법 등 4개 분야에 한정된다. 비밀 배출구를 만들어 폐수를 버리는 섬유업체, 유통기한이 지난 음료를 보관하던 대형 식당도 단속 대상이다.

가장 큰 성과는 유흥가 밀집지역에서 배포하는 음란성 불법 광고물 단속에서 거뒀다. 강남역 일대에 뿌려지던 불법 전단지는 1년 전보다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특사경이 자리잡기까지는 어려움도 많았다. 행정직 공무원인 이들에게 수사와 단속은 쉽지 않았다. 검사로부터 교육을 받았지만 현장은 달랐다.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 몰라 두려움이 앞섰고 조서를 쓰는 방법도 몰랐다. ‘밤마다 이게 뭐하는 짓인가’라는 회의감도 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졌다. 불법 전단지 살포 업주를 잡기 위해 유흥업소에 손님으로 가장해 찾아가는 대담성까지 갖게 됐다.

단속이 강화될수록 상대도 치밀해졌다. 불법 전단지 살포 업주들은 기동력있는 남성만 고용했고 특사경 차량 번호까지 파악했다. 김권기 특사경 운영1팀장은 27일 “오폐수를 버리거나 불법 전단지를 뿌리는 행위를 완전히 뿌리 뽑을 수 없다는 것은 잘 안다”면서도 “이들의 활동 범위를 줄여 범죄가 줄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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