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아이들의 장보고 연극 만들기

섬아이들의 장보고 연극 만들기

기사승인 2009-07-31 17:46:00

[쿠키 문화] 신라 장수 장보고(?∼846)의 일대기를 연극으로 만들라는 주문을 받은 아이들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다들 어찌할 줄 모르는 눈치였다. 장보고도 낯설지만 연극은 생전에 관람한 적도 해본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전남 완도 지역 28명의 어린이는 지난달 27일부터 1일까지 문화체육관광부와 완도군의 후원으로 장보고의 유적이 있는 중국 웨이하이 지방으로 문화체험에 나섰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각종 정보는 도시 아이들과 비슷한 속도로 접하지만 외국에 나가 직접 체험할 기회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어서 아이들의 기대감은 무척 컸다.

장보고가 활동했던 곳을 둘러보고 선생님들에게서 여러 가지 설명을 들었지만 막상 연극을 하려니 생각나는 내용이 없었다. 5팀으로 나뉜 아이들은 각자 주제를 정하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예전에 장보고를 소재로 방송됐던 드라마 ‘해신’이 떠올랐는지 5팀 중 3팀이 장보고가 염장에게 암살당하는 장면을 연극으로 꾸미겠다고 덤벼들었다. 선생님이 “독창적인 것을 만들어보라”고 주문하자 “너무 어려워요”라는 불평이 터져 나온다. 선생님이 “준비된 만큼만 보여달라”고 하면 “부끄러우니까 공연할 때 보세요”라면서 등을 떼민다.

한 팀이 장보고와 백설공주가 함께 외국어 공부를 한다는 연극을 만들었다고 자랑했다. “장보고가 무역을 했잖아요. 그러려면 외국어를 공부했을 거란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그거만 하면 재미가 없을 거 같아서 백설공주를 등장시켰어요.”

이 팀의 배소현(12)양은 “연극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직접 하려니까 잘 안된다”면서 “저도 그렇고 다들 처음이라 말하는 것도 어색하다”고 머쓱해했다.

이틀간의 연습을 마치고 아이들은 31일 돌아오는 배 안에서 준비한 것을 공개했다. 장보고의 어린 시절을 다룬 연극도 있었고, 청해진을 설치해 해적을 소탕하는 장면을 그려낸 팀도 있었다. 5분 가량의 연극은 엉성했지만 아이들은 해냈다는 성취감에 뿌듯해했다. 아이들의 연극을 지도한 양행선씨는 “다른 체험보다 아이들이 직접 연극에 참여했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은 이곳에 머무는 동안 중국 초등학생들과 자매결연을 하고 함께 그림을 그리며 우애를 다지는 시간도 가졌다. 웨이하이=글·사진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김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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