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이명박 대통령이 단단히 화가 났다. 야당이 제기한 ‘호남홀대론’ 때문이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10일 “공직사회에 호남인사 씨말리기가 진행되고 있다는 민주당 정세균 대표의 주장에 대한 청와대의 반응은 분노에 가깝다”며 “이 대통령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논란이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여권이 적극적으로 호남홀대론에 대해 반박하고 나선 것도 이같은 기류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장광근 사무총장이 휴일인 9일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자청, 현 정부 출범 이후 정부 고위직 인사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이 자리에서 장 사무총장은 현 정부 들어 지역 균형 인사가 이뤄졌다며, 민주당 정 대표를 “형편없는 정치인”이라고 거칠게 비난했다.
하지만 정치권의 호남홀대론 공방은 더 확산되는 양상이다. 민주당 박주선 최고위원은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명박 정부 들어 인사가 난 226명의 공공기관장 가운데 호남출신은 영남의 3분의 1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영남 기관장은 95명으로 전체 41.9%를 차지하는데 호남은 30명으로 13.3%라는 것이다. 박 최고위원은 “청와대 수석비서관급 인사를 봐도 19명 가운데 영남이 9명이고 광주와 전남북은 각 1명씩해서 10.6%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정 대표는 “MB정권 들어 바보같은 무능한 인사관행을 만들어가고 있다”며 “내각의 각부 장관이 무슨 계파간의 한나라당 내부 집안싸움에 좌지우지되는 것은 안된다”고 말했다.
이에 한나라당 장 사무총장은 “민주당 정 대표가 만약 자신의 호남 씨말리기 발언을 입증할 수 있는 근거를 대지 못하면 분명히 책임져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장 사무총장은 “지역감정을 조장해 정치적 이득을 꾀하려는 망국적인 고질병은 이미 사장된 지 오래”라며 “정 대표의 발언을 보면서 우리의 정치 시계가 지역감정이 극성을 부리던 20세기 말로 되돌려 진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장희 기자,사진=국민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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