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북한 최고위급 인사인 김기남(83) 노동당 중앙위 비서와 김양건(61) 통일전선부장의 '1박2일'은 남북관계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김 비서와 김 부장 등 6명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 조의 방문단' 자격으로 21일 오후 3시10분 김포공항에 도착한다. 이명박 정부 들어 북한 최고위급의 첫 방한이다. 서해 직항로로 입경한 이들은 곧바로 이동해 오후 3시 50분쯤 국회로 이동해 김 전 대통령 빈소에 조문하고, 이희호 여사 등 유가족들을 위로할 것으로 보인다.
◇최고위급 회담 열릴까=북한 최고위급 인사의 방문은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인 2007년 11월말 김양건 부장이 2박3일 일정으로 서울을 찾은 이후 1년 9개월만이다. 정부는 조문단 일정이 1박2일임에 주목하고 있다. 조문만을 위해서라면 굳이 하룻밤을 잘 이유가 없다. 지난 2001년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에 대한 북한 조문단은 오전 11시에 김포공항에 도착, 당일 오후 5시에 돌아갔다.
김기남 비서는 북한 권력서열 10위권 이내에 드는 인물이고, 김양건 통전부장은 북한의 대남사업을 총괄하는 인물이다. 북측은 방문기간 구체적인 일정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통일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국회 조문 말고 확정된 일정이 없다"고 여지를 남겼다. 청와대 관계자는 "조문을 마친 다음 어떤 언급이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지만, 상황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최고위급 회담을 제안할 경우, 정부가 수용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청와대 방문과 김정일 메시지 가능성=통상 남북한 최고위급 인사가 상대방을 방문할 경우, 국가원수 예방이 관례였다. 우리측 최고위급들이 북한에 갈 경우 김정일 위원장을 예방했고, 북한측 최고위급도 서울에 오면 청와대를 예방했다. 김 비서와 김 부장 모두 청와대를 방문한 경험이 있다. 따라서 이번에도 청와대를 방문해 이명박 대통령을 면담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김정일 위원장의 친서나 구두메시지가 있을지도 주목된다. 현재 남북한 현안은 6자회담 등 북한핵 문제,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활성화, 6·15 및 10·4선언 이행 문제 등 다양하다. 하지만 이를 논의할 채널은 막힌 상태다. 만일 김 위원장이 조문단을 통해 현안들에 대한 전향적인 입장을 전달한다면, 남북관계 및 한반도 주변정세가 급변할 수도 있다. 특히 북한은 조문단 방문에 맞춰 지난해 12월 1일부터 시행해온 군사분계선 육로통행 및 체류 제한조치를 해제하겠다고 우리측에 통보했다. 북한이 유씨 석방과 현정은 현대 회장과의 5개항 합의에 이어, 새로운 긴장완화 조치를 추가한 셈이다. 남북간 대화를 위한 분위기 조성용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조문단 방문을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만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전형적인 '통민봉관(通民封官·민간과는 교류하고 당국간 대화는 하지 않는다)' 전술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른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사설조문단 아니냐"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남도영 하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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