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등감 있는 가이드의 행복찾기 ‘나의 로맨틱 가이드’

열등감 있는 가이드의 행복찾기 ‘나의 로맨틱 가이드’

기사승인 2009-08-21 16:51:00

[쿠키 문화] 온갖 고대 유적지가 있고 낭만적인 분위기까지 갖춘 그리스로의 여행이 시작된다. 셀레는 마음으로 그리스에 도착해 들뜬 마음으로 가이드를 만난다. 그런데 이 가이드가 찬물을 끼얹는다. 이름이 조지아라는 이 여자 가이드는 겉은 멀쩡한데 속이 비비 꼬인 거 같다. 듣자하니 대학교수였는데 임용된 지 1년 만에 잘려서 어쩔 수 없이 고향으로 와 임시로 가이드를 하고 있다고 한다. 누가 교수 아니랄까 봐 유적지만 데리고 다니며 지루한 강의만 하고, 자기 얘기를 안 듣는다 싶으면 ‘니들이 뭘 알겠니’하는 표정을 지으며 뚱하게 서 있는다. 욱하는 성격도 있어서 관광객이 항의하면 가이드 평가서를 주고선 최저점을 매기라고 화를 내기도 한다. 옆 팀 가이드는 맛있는 도넛도 사주고 계속 재밌는 일정에 연달아 쇼핑이다.

조지아도 불만은 있다. 여행객이라곤 상점에서 물건을 훔치는 좀도둑에, 술에 취했고 철이 없거나 안하무인인 사람들만 있다. 게다가 파르테논, 델포이 신전 같은 역사 유적을 보고도 그저 놀 생각뿐이다. 관광버스 에어컨은 고장 나 악취 나는 연기만 나고, 운전사 프로코피는 말도 한마디 안 하는 무뚝뚝한 털북숭이다.

절대 즐겁지 않을 것 같았던 이들의 여행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즐거워진다. 노신사 어브의 조언으로 조지아가 관광객에게 마음을 조금씩 열자 관광객들도 조지아를 서서히 따르게 되면서 이들은 함께 여행동료가 돼 간다. 게다가 프로코피는 말끔히 면도를 하니 브래드 피트 뺨치게 잘 생긴데다 상냥하기까지 하다. 그와의 연애도 고속도로를 달리듯 시원하게 풀린다.

톰 행크스가 제작자로 나선 영화 ‘나의 로맨틱 가이드’는 ‘나의 그리스식 웨딩’ ‘맘마미아’에 이어 그가 세 번째로 그리스를 배경으로 기획한 작품이다. 하지만 앞선 두 작품과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 그리고 앞선 두 영화가 사랑 이야기에 방점을 찍은 반면 ‘나의 로맨틱 가이드’는 패배감에 사로잡힌 조지아의 행복찾기가 뼈대다. 프로코피와의 사랑도 한 축을 담당하지만 영화의 장르를 로맨틱 코미디로 볼 정도는 아니다. ‘나의 그리스식 웨딩’으로 스타덤에 오른 니아 발다로스가 다시 한번 매력을 발산하고, 어브 역의 리처드 드레이퓨스는 노련한 연기로 영화의 중심을 잡아준다. 27일 개봉. 15세가.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사진 화상 문화창에 올렸음
김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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