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정부는 21∼23일 2박3일 동안 북한 특사 조의방문단과 밀고 당기는 줄다기를 벌였다.
'통민봉관(通民封官·민간과는 교류하고 당국간 대화는 하지 않는다)' 우려를 낳았던 북한 조문단은 '통관(通官·당국과 소통)' 행보로 방문 일정을 마무리했다. 북한 조문단은 청와대 예방을 통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특사로서의 역할도 수행했다. 조문단이 서울에 도착한 직후 밝혔던 대로 만날 사람을 다 만나고 간 셈이다.
남측을 방문하기 전 북한 조문단은 특사라는 자격을 강조하면서도 조문 일정을 정부와 협의하지 않았다. 북측은 민간기관인 '김대중 평화재단'과 일정을 논의했다.
청와대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21일 "사설 조문단 아니냐"고 조문단의 성격을 규정했다. 북한이 정부 당국과 대화하지 않겠다면, 우리도 대화하지 않겠다는 답변인 셈이었다.
북한의 태도는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김기남 북한 노동당 중앙위 비서는 21일 김형오 국회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고인의 명복을 빌고 민족화합과 북남 관계 개선의 뜻을 받들어 할 일이 많다. 다 만나겠다.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말했다. 적극적인 면담요청이었다.
북한 조문단과 현인택 통일부 장관과의 면담이 이뤄진 것은 22일 오전 10시20분이었다. 앞서 조문단은 22일 조찬 모임에서 김덕룡 대통령 국민통합특보에게도 대화 재개와 청와대 예방 의사를 전달했다. 북한 조문단은 현 장관과의 면담에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메시지 전달을 위한 청와대 예방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정부는 곧바로 응답하지 않았다. 현 장관은 이날 오후 청와대로 들어가 이 대통령에게 접촉결과를 보고했다. 결국 조문단은 22일 오후2시 출발을 하루 연기했다.
청와대는 조문단의 청와대 예방에 '다른 외국사절들과 마찬가지로'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북한 조문단에 특별한 지위를 부여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북한에 무조건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남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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