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이명박 대통령은 23일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 비서 등 북한조문단과 남북관계 전반에 대해 얘기를 나눈 것으로 보인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남북 협력의 진전에 관한 김정일 위원장의 구두메시지가 전달됐다"고만 밝혔으나 의미는 커 보인다. 접견 시간은 30분이었지만 현안들에 대해 당국자간 사전 조율을 거친 만남이어서 포괄적인 얘기들이 나왔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김기남, 구두메시지 낭독=김기남 비서는 이 대통령 앞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구두메시지를 읽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내용은 길지 않고 짧았으며,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다"고 말했다. 즉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등 남북한 경제협력과 같은 개별적인 사안 보다는 전체적인 틀에서 남북협력을 원한다는 메시지라는 뜻이다.
특히 김기남 비서는 22일 정치권 인사들과의 조찬회동에서 "지도자의 결심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 단계에서 지도자의 결심은 경색된 남북관계 해결을 위해 특사 교환과 이를 통한 남북 정상 회담 가능성까지 확대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갑자기 그렇게까지(앞서나가지 마라)"라고 부인했다. 청와대측은 김 위원장의 메시지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내용의 민감성 때문이 아니라 외교관례상 상대국의 동의가 없으면 메시지는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김기남 비서는 이 대통령과의 면담에 앞서 청와대 본관 1층에 마련된 방명록에 "오늘도 바쁘시겠는데 우리 특사 조의 방문단을 만나주시어 감사합니다. 앞으로 북남관계 개선에서 획기적인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대통령의 일관되고 확고한 대북 원칙=이 대통령은 북한 조문단에게 김 위원장의 안부를 물으면서 대화를 시작했다. 이 대통령은 조문단에게 크게 2가지를 강조했다고 청와대측은 밝혔다. '일관되고 확고한 대북원칙'과 '진정성 있는 대화'다. 일관된 원칙은 북한핵 포기를 전제로 한 대북지원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여러차례 "핵을 포기할 때 북한 정권도 안정될 것이고, 평화도 유지될 것이며, 경제 자립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이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도 "북한이 (핵포기) 결심을 보여준다면 한반도의 새로운 평화구상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남북간 고위급 회의 설치와 대북 5대개발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북한 조문단에 '우리 정부는 북한 체제를 무너뜨리려는 게 아니라 함께 잘 살기를 원한다'는 내용의 대북 상생·공영 원칙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남북 대화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재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패러다임의 전환=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조문단과의 접촉을 평가하면서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남북한이 특수관계라는 측면도 있지만, 이제 남북관계도 국제적인 보편타당한 관계로 업그레이드 돼야한다"고 말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북한에 대한)약발이 좀 먹히고 있는듯 하다"고 말했다. 즉 북한핵포기를 위한 국제적 제재라는 큰 원칙을 지키면서, 남북 대화에 접근하는 시도가 효과를 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남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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