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청와대는 24일 북한 특사 조의방문단의 남북 정상회담 제안설에 대해 “이 대통령의 23일 조문단 접견에서 정상회담 관련 사항은 일체 거론된 바 없었다”고 부인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지금 단계에서 정상회담은 우물가에서 숭늉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강력 부인으로 정상회담설은 가라앉는 듯하다. 하지만 정상회담은 남북 관계를 푸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라는 점도 간과하기 힘들다. 정상회담은 언제 어떤 방식으로 가능할까.
핵문제가 고리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정부의 대북원칙에 대해 “북한이 핵포기하면 도와주겠다. 인도적 지원은 열린자세로 하겠다. 대화는 하겠지만, 과거와 같은 방식의 정상회담이나 남북대화는 안된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설정한 ‘과거와 다른 방식’의 핵심은 결국 핵문제이다. 북한은 이전까지는 핵문제 등 정치·군사적인 문제는 미국과, 우리 정부와는 경제적 협력 문제를 논의해왔다. 이명박 정부는 이러한 틀을 변화시키겠다는 전략이다. 과거 10년간의 대북지원이 결국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가져왔다는 인식이 배경에 깔려 있다. 이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재래식 군축 문제를 제기한 것도, 남북간에 핵문제를 포함한 군사적 문제까지 다루자는 메시지라는 설명이다.
다른 핵심관계자는 “북한은 핵을 유지한 상태에서 남쪽으로부터 경제적 이득을 얻으려 하고, 우리는 북한의 핵포기를 전제로 정책들을 구사해왔다”며 “이 상태라면 정상회담이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이 현정은 회장 방북, 조문단 방한 등을 통해 ‘근본적인 변화 의사’를 보이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남북접촉 시작 단계
북한이 핵문제에서 전략적 변화는 보이지 않았지만, 전술적 변화는 시작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전술적 변화지만, 우리의 압박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시작하지 않았느냐”라며 “이러한 대화를 정치·군사적 의제로까지 확대해나가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때문에 이번 조문단을 시작으로 고위급 회담, 이산가족상봉 등의 남북 접촉이 본궤도에 오를 경우, 정상회담을 위한 여건이 성숙될 수도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적어도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한다든지,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문제에 대한 전향적인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설 때 정상회담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핵 문제를 포함한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가장 빠르면서도 강력한 수단이 정상회담”이라며 “남북관계라는 특수관계 속에서 정상회담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백승주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은 “정상회담이라는 것은 충분히 조율된 상태에서 절차적으로 마침표를 찍는 행위”라며 “만남 자체보다는 성과가 있는 회담이 중요하다”고 신중론을 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남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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