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딸의 끈끈한 정 ‘애자’

엄마와 딸의 끈끈한 정 ‘애자’

기사승인 2009-08-30 16:07:00

[쿠키 연예]“딸요? 요샌 웬수를 그리 부릅니꺼?”

엄마와 딸은 서로 단단히 화가 나있다. 고등학교 시절 ‘부산의 톨스토이’로 알려질 정도로 필력을 날렸던 딸 애자(최강희 분)는 자신의 재능을 키워주지 않는 엄마 영희(김영애)가 섭섭하다. ‘찌질’한 오빠 민석은 없는 살림을 털어 유학을 보내고, 땅을 팔아서 공장까지 차려주면서 정작 자신에게는 무신경하기만 하기 때문이다. 스물아홉 살인 지금 변변한 직업도 없이 소설가의 꿈만 먹고 살고 있다. 고향인 부산에 안 내려가는 것도 그런 엄마가 섭섭해서다.

영희는 항상 삐딱한 애자가 못마땅하다. 고등학교 때는 툭하면 가출에 선생님 자동차 사이드미러를 발로 차 부수질 않나, 취직도 안 하고 결혼할 생각도 없이 허송세월하는 모습에 속이 뒤집힌다. 몇 년 만에 다시 딸을 만난 곳은 경찰서 유치장. 애자가 날라리 고등학생을 손봐주고 유치장에서 구조요청을 해서다.

억지로 부산으로 끌려온 애자는 금세 엄마와 한바탕 싸우고 다시 서울로 도주한다. 그렇게 평생 싸우면서 살 것 같던 두 사람에게 변화의 계기가 찾아오는 건 영희의 암이 재발하면서다.

영화 전반부는 영희와 애자의 다툼을 유머를 가미해 가볍게 그린다. 그리고 점점 쇠약해지는 영희의 곁을 애자가 지키면서 두 사람이 서로 이해하고 관계를 회복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며 눈물샘을 자극한다. 영화의 핵심은 공감대다. 정기훈 감독은 4년간 400쌍의 모녀를 직접 인터뷰하며 사실적인 에피소드와 감정 흐름을 담아냈다. 억지 설정 없이 마치 우리 가족의 이야기처럼 흘러가는 덕분에 영화는 슬픈 장면이라도 감정의 과잉이 없는 편이다. 그래도 감정이 최고조에 이르는 장면에서는 남성 관객도 눈시울을 붉힐 정도의 울림이 있다.

여전히 교복이 어색하지 않은 최강희는 웃길 때 웃기고 울릴 때 울리는 노련한 연기를 선보인다. 드라마 ‘황진이’ 이후 3년 만에 대중을 만나는 김영애의 존재감도 여전하다. 모녀로서 두 사람의 조화도 만족스럽다. 이 영화로 데뷔한 강 감독은 “영화를 보고 난 뒤 엄마한테 전화 한 통 할 수 있는 영화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9월10일 개봉. 15세가.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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