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광주와 전남 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각 부처에 성과주의 바람이 불면서 경찰청도 지난 7월부터 16개 지방청의 각 지구대와 파출소 경찰관을 대상으로 성과평가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5대 강력범죄 범인과 지명수배자 검거 등을 위주로 한 범인검거 실적을 87%, 112신고출동 건수와 도난차량회수 등 기본근무 성적을 13% 반영해 경찰관 개인별 성과를 계량화한 뒤 포상과 특전 등을 차별화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가벼운 폭력사건이나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소액 절도사건 등도 형사입건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광주지방경찰청 산하 한 지구대는 지난달 동네마트에서 라면 등 생필품 1만여원 어치를 훔치려한 실직자(48)를 입건했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딱한 사정을 알게 된 마트주인이 “처벌을 원치않는다”고 밝혔지만 경찰은 그를 사법처리했다.
다른 지구대는 20여명의 직원들이 친인척 명의나 불특정 다수를 가장해 신고해 출동하는 편법을 써 하루 평균 10건 이하이던 112신고출동 건수를 20건 이상으로 올리기도 했다. 지구대 A경사는 “택시요금이나 주차시비 등 가벼운 사건이 일어난 것처럼 공중전화로 신고하고 112지령을 받아 출동하는 사례가 전체 출동건수의 30∼40%쯤 된다”고 말했다. 다른 지구대 B순경은 “순찰차 근무도중 대면신고를 해온 시민들에게 112신고를 하라고 했다가 욕설을 들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정보과 형사들의 경우 경찰서별 순위를 올리기 위해 쓸데없는 정보를 양산하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다른 경찰관은 “한달에 1인당 10장씩 배당된 경범죄 위반 스티커를 발부하려고 담배꽁초를 버린 시민과 승강이를 벌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5일 서울중앙지법이 급증하는 전단지 배포 행위에 대해 경범죄를 적용하지 않기로 하고 관할 경찰서에 단속활동을 중단해 줄 것을 권고한 것(본보 8월6일자 2면 보도)도 이런 경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 경찰관은 “지구대나 파출소는 범죄예방 차원의 방범순찰이 고유기능인데 검거실적으로만 평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전국종합=국민일보 쿠키뉴스 장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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