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세에 음반 낸 김성수 할아버지 “목소리는 아직 팔팔”

94세에 음반 낸 김성수 할아버지 “목소리는 아직 팔팔”

기사승인 2009-09-08 17:05:01

[쿠키 문화] 94세 백발 노인이 음반을 냈다. 주인공은 사단법인 대한시조협회 제천지회 회장으로 여전히 현역 활동 중인 김성수할아버지. 8일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김 옹의 음성만으로는 백수(百壽)를 앞둔 노인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크고 또렷했다. 목소리가 너무 정정하다는 말에 그는 “성(聲)을 들어보면 나이와 차이가 많이 난다는 얘길 듣는다”면서 “성대를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후천적으로 득음 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나이 먹을수록 소식하고, 스트레스 안 받고 즐겁게 사는 게 비결이죠. 지금도 여러 사람을 가르치는 입장에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일도 많은데 시조를 부르면서 그걸 다 해소합니다.”

김 옹의 시조 예찬은 이어졌다. “시조를 하려면 단전호흡을 해야 하는데, 단전호흡을 하면 자연스럽게 내장 운동이 돼요. 내장 운동을 하면 폐활량이 좋아지고, 그러면 혈액순환이 좋아지고, 소화도 잘 돼요. 이게 보약이죠.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 보약을 몰라서 못 잡숴. 비싼 돈이 드는 것도 아닌데 안타깝죠.”

김 옹의 음반 ‘아흔다섯의 노래’에는 그가 직접 고른 15장의 시조가 수록돼 있다. 워낙 고령이라 녹음 과정이 힘들었을 법도 한데 김 할아버지는 “1곡에 5분씩 15곡 그냥 불렀다”면서 “아무래도 젊은 사람보다야 힘이 달리지만 늘 부르던 습관이 있어서 힘든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수록곡에 대해 “평시조부터 사설시조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시조의 갖가지 창법을 다 보여주려고 곡을 골랐다”고 덧붙였다.

1915년 10월 충남 광천에서 태어난 김 옹은 열두 살 때 단소를 시작하면서 국악과 인연을 맺었고, 한국전쟁 이후 석암 정경태(중요무형문화재 제41호 가사 예능보유자) 선생 문하에서 석암제 시조창을 전수받았다. 이후 충북 제천을 비롯해 영월 대구 경주 원주 등을 다니며 1000명이 넘는 제자를 키웠다.

“내가 알기엔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이 현역에서 활동하는 경우가 없을 겁니다. 시조든 단소든 건강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는 멈추지 않고 계속 할 계획입니다.”

김 옹을 직접 찾아 발굴한 채치성 국악방송 본부장은 “선생님의 소리 공력은 나이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탄탄하다”고 극찬했다. 이 음반은 국악방송이 세간에 알려지지 않고 지역에서 활동하는 소리꾼을 찾아 소개하는 작업인 ‘새로운 천 년의 약속’이란 음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준엽 기자,시진=국악방송 제공
snoopy@kmib.co.kr
김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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