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연출하는 이소영 단장 “놀이터 돌아온 기분이지만 부담감도”

2년 만에 연출하는 이소영 단장 “놀이터 돌아온 기분이지만 부담감도”

기사승인 2009-09-14 18:00:01

[쿠키 문화] 이소영(48) 국립오페라단 단장이 2년 만에 연출자로 나선다. 이 단장은 26∼30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되는 오페라 ‘사랑의 묘약’의 연출을 맡는다. 도니체티의 ‘사랑의 묘약’은 이탈리아 벨칸토 오페라의 대표작으로, 싸구려 포도주를 사랑의 묘약인 줄 알고 마신 청년 네모리노가 우여곡절 끝에 사랑하는 여인 아디나와 맺어지는 과정을 그렸다.

14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단장은 “평생 해오던 일이라 놀이터로 다시 돌아가는 기분이지만 맡은 책임이 있다 보니 기대감과 동시에 부담감을 느낀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 단장은 1995년 소극장 오페라 ‘결혼청구서’를 시작으로 2007년 ‘팔스타프’까지 약 50편을 연출한 국내 대표적인 여성 오페라 연출자다. 풍부한 상상력과 절제된 무대 미학 등 그가 선보인 작품은 ‘이소영표 오페라’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이런 경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7월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에 취임한 그는 올해 1월 국립오페라합창단 해체 과정에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본보 2009년 1월28일자, 7월9일자 참조).

“좋은 작품은 기반이 탄탄해야 하는데 그럴려면 규범에 따라 과정이 투명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합창단은 규정에 없는 단체여서 그걸 바로잡는 과정이었습니다. 나라오페라합창단으로 간 그분들은 지금도 훌륭하지만 앞으로 훈련과정을 통해 새롭게 재탄생될 것으로 믿습니다.”

이 단장은 2003년 국립오페라단 상임연출을 맡을 당시 ‘사랑의 묘약’ 연출 제의를 받은 적이 있다. 하지만 그때는 연출을 맡지 않았다. 그는 “도니체티의 음악이 워낙 좋다보니 누구라도 대충해서 올리면 잘되는 작품이에요. 굳이 제가 해야 할 이유가 없었어요. 게다가 여주인공인 아디나는 별로 소개하고 싶은 캐릭터도 아니었고요.”

하지만 6년이 지난 지금 생각이 바뀌었다. 하고 싶은 말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 단장은 이탈리아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한 원작을 둥근 백자 형태의 행성, 시계와 야구공 모양의 위성, 달이 공존하는 동양적인 우주로 확장해 풀어낸다. 그는 “인간과 인간, 인간과 달, 지구와 달 등의 관계를 통해 왜 아디나가 네모리노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지를 보여주려 한다”고 설명했다.

“아디나는 미모, 지성, 재물 등 모든 것을 갖춘 여자예요. 아무 가진 것이 없는 ‘아웃사이더’ 네모리노가 이런 아디나와 맺어질 수 있었던 것은 마음을 다했기 때문임을 말하고 싶어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준엽 기자,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snoopy@kmib.co.kr
김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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