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크 고전 음악계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소프라노 임선혜

바로크 고전 음악계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소프라노 임선혜

기사승인 2009-09-18 17:50:02

[쿠키 문화] “말을 많이 하면 안 되는데….”

소프라노 임선혜(33)는 손으로 목을 가리며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택시 안은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인터뷰를 하러 가는 길에 말을 많이 안 하겠다니.

“귀국하자마자 시차 적응도 안 된 상태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노래 연습을 해서 목이 많이 상했어요. 연습 중간에 독일에 공연을 다녀와야 하고.”

혹시 기자가 불쾌해할까봐 그는 설명을 더했다. 하지만 인터뷰 장소인 서울 방배동 한 카페에 들어가자 우려와 달리 그는 기자가 받아적기도 힘들 정도로 빨리 말을 쏟아냈다. 작지만 당찬 외모, 또렷한 눈매를 지닌 그는 단단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줬다.

임선혜는 국내 팬들에게는 낯선 이름이다. 하지만 유럽인들이 자존심처럼 생각하는 바로크 고전 음악계의 중심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한국인이라는 사실은 그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다.

“국내 팬들은 바로크 음악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으시니까요. 제가 밖에서 많은 경험을 쌓고 이름을 높이는 게 지금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인지도가 떨어지는 게 아쉽지는 않아요.”

서울대 음대를 졸업하고 1998년 독일 유학길에 오른 임선혜는 1999년 12월 우연한 기회에 고음악계에 발을 디디면서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당시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모차르트 공연 하루를 앞두고 소프라노 한 명이 갑자기 무대에 서지 못하게됐고 그는 급히 오디션 제안을 받았다. 그때 지휘자는 벨기에 출신인 바로크 음악계의 거장 필립 헤레베헤.

“‘C단조 미사’를 해본 적이 있냐는 질문에 ‘있다’고 거짓말을 하고, 밤새워 연습한 뒤 다음 날 새벽 7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갔어요.”

임선혜의 노래를 들은 헤레베헤는 “금빛 음악성을 가졌다”며 감탄했다. 이후 임선혜는 르네 야콥스, 윌리엄 크리스티, 파비오 피온디 등과 작업하며 고전 음악 스페셜리스트로 자리매김을 한다. 2000년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 입상했고, 유럽 무대에서 주목받는 차세대 오페라 가수로 손꼽히고 있다. 2014년까지 스케줄이 꽉 잡혀있을 정도로 주가가 높다. 그렇지만 임선혜는 스스로 고전음악에 갇히고 싶어하지 않았다.

“고전 음악 전문가로 자리잡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지금은 목소리가 가볍고 발랄하지만 그 안에 애잔한 서정성이 있다고 평가해주시는데, 나이가 젊으니 목소리가 더 성숙할 가능성이 있어요. 어느 정도 할 수 있는지 도전해보고 싶어요.”

국내에서의 첫 도전은 국립오페라단의 ‘사랑의 묘약’으로 정했다. 아디나 역은 그가 생전 처음하는 배역이다. 임선혜는 “변화는 항상 새로운 에너지를 준다”면서 기대감을 나타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김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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