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금리싸움에 시장 불확실성만 커져

당국 금리싸움에 시장 불확실성만 커져

기사승인 2009-09-18 22: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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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경제]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을 향한 시장의 원성이 자자하다. 금리 인상을 두고 인식차를 드러내는가 싶더니 급기야 힘겨루기 양상이다. 대통령까지 가세한 출구전략 논쟁에 채권 시장이 연일 출렁이는 등 혼란만 가중됐다. 본보가 설문조사한 금융권 10인의 전문가도 금리 인상 시기 등에 대해 이견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금리보다 당국 간 대결 양상이 우려된다는 인식에는 일치했다.

“연내 금리 인상 필요하다”40%

지난 10일 이성태 한은 총재의 금리 인상 발언에 일제히 급등한 채권금리는 이번주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5년만기 국고채금리의 경우 4.96%까지 올랐다가 1주일만인 18일 4.77%로 빠졌다. 당국간 인식차가 확연하게 벌어지면서 "선제적 인상이 쉽지 않겠다"로 보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당국간 대립이 국고채 금리를 안정시킨 셈이다.

시장도 찬반 양론이 분분했다. 은행과 증권사 등 10명의 금융시장 전문가 가운데 4명은 연내 한차례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의 집값 급등세가 확산되기 전에 경고 신호를 내릴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대증권 이상재 경제분석부장은 "논리만 보면 정부나 한은 모두 일리가 있다"며 "결국 선택의 문제인데 우려의 대상인 부동산 문제가 시급한지, 아니면 경기에 찬물을 끼얹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큰지 어디에 비중을 두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미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해 실세 금리가 오른 만큼 시기는 중요치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단순히 0.25%포인트 올리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며 "절대적 금리 수준이 낮은 상태에서 문제는 인상 시그널에 대한 불안을 시장이 어떻게 해소하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금리 인상보다 당국간 대결이 문제"

전문가들은 한은의 선제적 대응이나 재정부의 시기상조론 가운데 어느 쪽 손도 들어주지 않았다. 정부와 한은의 출구전략에 대한 이견이 시장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는 만큼 정책 조율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삼성증권 최석원 채권분석팀장은 "지금 금리를 올리면 성장률과 고용이 약간 부정적일 수 있지만 지속가능한 성장을 검토할 시점임은 분명하다"며 "11월 정도 되면 3분기 성장률 등 다양한 측면에서 지표 확인이 가능하니 정부도 한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MC투자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도 "자산 가격은 한번 치솟으면 통제가 안되는 것"이라며 "나중에 너무 많이 올라 '이제는 잡아야지' 하면 그동안 들인 공보다 수십 배 더 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SC제일은행 오석태 시니어 이코노미스트도 "출구전략을 두고 당국간 불협화음이 나오는 곳은 한국밖에 없다"며 "이런 식으로 가면 한은이 금리를 엄청나게 올릴 것 같은 인상만 심어줘 불안만 키운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동권 조민영 기자
danchung@kmib.co.kr
정동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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