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속 서민 상대 소액사기 잇따라

경기침체 속 서민 상대 소액사기 잇따라

기사승인 2009-09-22 17:28:02
[쿠키 사회] 서울 중계동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김모(41)씨에게 지난달 5일 간판업자가 찾아왔다. 간판업자는 발광다이오드(LED) 간판이 기존 간판보다 불빛도 선명하고 광고효과가 크다면서 교체를 권유했다. 김씨는 선금으로 10만원을 주면 다음날 간판을 교체해주겠다는 말에 돈을 건넸다. 하지만 다음날 간판업자는 오지 않았다. 간판업자의 명함에 적힌 휴대전화와 사무실 번호로 전화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강남의 한 동물병원에서 일하는 김모(28·여)씨는 지난 8일 병원장이 세미나로 외출한 사이에 사기 피해를 입을 뻔했다. 한 남자가 병원을 찾아와 “같은 건물 4층에서 간판을 고치고 있는데 이 병원 간판이 떨어질 것 같다”면서 “철물점에 가서 부품을 사오면 고쳐주겠다”고 했다. 꺼림칙했던 김씨는 돈이 없다고 우겼고, 남자는 포기하고 나갔다. 건물 밖을 보니 병원 간판은 튼튼하게 달려 있었다.

소액사기가 잇따르고 있다. 범행 대상은 대부분 서민들이다. 피해 액수가 작다 보니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경찰도 적극적이지 않다. 이 때문에 소액사기범이 활개를 치고 있다.

수법은 운전자를 노린 지팡이 사기(본보 9월10일자 9면 보도), 간판사기, 과거 극성을 부렸던 소화기 사기까지 다양하다. 소화기 사기는 소방관 복장을 한 사기꾼이 소화기를 의무적으로 비치해야 하는 업소를 찾아가 소화기 점검 및 교체비를 요구하는 것. 최근에는 비 오는 날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 사람의 뒤 쪽에 서 있다가 우산에 눈을 찔렸다며 치료비를 요구하는 사기까지 등장했다.

피해가 잇따르고 있지만 경찰은 정확한 통계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소액 절도나 사기 등은 액수가 작아 피해자의 신고가 별로 없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나마 경찰은 대표적 소액사기인 인터넷 사기는 따로 집계하고 있다. 피해자가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사기는 2005년 4만2675건에서 2007년 2만1685건까지 해마다 줄어들다 경기 침체가 본격화된 지난해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가 소액사기를 양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동국대 이윤호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기가 좋을 때는 부동산 사기, 경기가 나쁠 때는 생계형 소액사기가 증가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경찰이 피해 규모와 피해자 수에 따라 일의 순서를 정하다 보니 소액 사기에 신경을 쓰지 못하는 것 같다. 직제 개편으로 가용 인력을 확보해 수사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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