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반토막 펀드 뒤에서 고객 몰래 웃던 금융회사들이 가슴 뜨끔할 소식이다. 펀드를 팔 때 받는 상담비와 투자기간 내내 유지비 명목으로 걷던 수수료와 보수체계에 금융당국이 메스를 들이댔기 때문이다. 인수합병(M&A) 목적의 ‘페이퍼 컴퍼니(서류상 회사)’ 상장도 허용돼 지지부진한 구조조정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펀드 수수료 기존 대비 18% 인하=금융위원회는 현재 5%인 펀드 판매 수수료와 보수의 상한선을 각각 2%와 연 1%로 크게 낮추는 등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29일 입법예고한다고 28일 밝혔다.

금융위 홍영만 자본시장국장은 “펀드 비용 인하를 위한 업계 자율적인 노력을 강조했지만 여전히 높은 구조”라며 “펀드 비용 인하를 위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 차원에서 상한선을 인하했다”고 설명했다.

펀드 가입자는 판매사와 운용사에 3가지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가입 당시 상담 등의 대가로 은행, 보험사, 증권사 등 판매사에 내는 일회성 판매 수수료와 펀드 유지 비용으로 매일 지불하는 판매보수, 펀드를 굴리는 자산운용사가 가져가는 운용보수 등이다.

문제는 수수료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다. 판매보수를 받는 대신 제공하는 서비스도 고작 시장동향을 알려주는 수준이었다. 지난해 금융위기와 함께 펀드가 줄줄이 반토막나면서 고객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금융회사들이 거둬들인 판매수수료와 보수가 지난 한해 2조700억원이 넘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이번 수수료 상한선 인하로 현재 수수료 수준보다 18% 정도 인하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펀드의 장기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판매 보수가 매년 일정비율 만큼 낮아지는 스텝다운방식(CDSC, 이연판매보수)의 펀드 판매 보수는 연 1.5%까지 상한선을 허용하기로 했다.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도입=기업 구조조정과 M&A 활성화를 위해 이르면 내년초 기업인수목적회사(SPAC)도 도입키로 했다. SPAC는 개인이나 금융회사 등이 다른 기업에 대한 M&A를 목적으로 설립하는 서류상 주식회사를 말한다.

SPAC는 공모(IPO)를 통해 M&A 자금을 마련해 한국거래소에 상장되고, 상장 후 3년 내 다른 기업(비상장기업, 신성장기업 등)을 합병해 투자수익을 챙긴다.

홍 국장은 “쉽게 보면 돈 덩어리, 하나의 지갑 자체가 거래소에 상장된다고 이해하면 된다”며 “이런 지갑이 일종의 대상회사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다른 기업을 합병했다가 다시 떼어내는 과정을 거쳐 키워가는 그런 회사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투자자들은 주식 매매를 통해 투자자금을 쉽게 거둬들일 수 있고, SPAC의 기업합병이 실패해도 일부 사업비를 제외한 투자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어 비교적 안전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시장 측면에서도 기업 구조조정 활성화와 기업가치 제고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동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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