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잃은 수정란,여성건강 위협한다

길잃은 수정란,여성건강 위협한다

기사승인 2009-10-04 17:19:00

[쿠키 생활] 자궁외임신이 가임기 여성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한림대학교 의대 산부인과 권용일 교수팀은 강동성심병원 한강성심병원 등 한림대의료원 산하 5개 병원에서 최근 8년간 지궁외 임신으로 진단돼 수술을 받은 임산부가 1067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4일 밝혔다.

이는 같은 기간 중 정상 분만 1만4519명 대비 13.6대 1의 비율로, 지난 2000년(19대 1)과 비교할 때 무려 39.7%가 증가한 것이다.

보건복지가족부 제정 제 4회 임산부의 날(10일)을 맞아 가임기 여성 건강을 위협하는 자궁외임신 진단 및 치료법에 대해 알아본다.

◆길 잃은 수정란이 딴 데 착상=자궁외임신이란 수정란이 자궁이 아닌 다른 곳에 착상된 것을 말한다. 대부분 난관 임신이고, 드물게 난소, 복막, 자궁경관 등에 수정란이 자리를 잡는 임신도 있다.

난자와 정자의 수정은 난관에서 이뤄져 수정 후 4일이면 자궁에 도달하고, 2일 정도 자궁 속에 머물다 자궁내막에 둥지를 트는 것(착상)이 정상이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 난관이 막혔거나 손상된 상태에서는 수정란이 자궁으로 이동할 수가 없게 돼 엉뚱한 곳에 착상이 이뤄지게 된다.

이 같은 자궁외임신은 성관계에 의한 골반 내 감염질환과, 이로 인한 난관 유착 또는 협착 등으로 난관이 수정란 이동 통로로서의 기능을 잃었을 때 가장 많이 일어난다.

이밖에 충수염이나 복막염, 골반염, 인공유산 경험 등이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자궁내막증 환자나 피임 장치(루프)를 삽입한 여성과 나팔관 결찰 불임수술을 받은 여성도 자궁외임신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이 역시 난관을 손상시킬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임신 초기 주의 깊게 관찰해야=난관 자궁외임신을 하게 되면 90%가 통증을 느낀다. 난관이 파열되기 전부터 아랫배가 아픈 증상을 느낀다. 또 생리로 오인하기 쉬운 질 출혈이 불규칙하게 나타나며, 어지럼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이상 증상이 무척 미묘해 환자 자신은 물론 산부인과 전문의조차 초기에 발견하기가 쉽지 않고, 이 때문에 자칫 시기를 놓치면 난관 파열로 응급 수술을 받을 위험이 높아진다는 점.

중앙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김광준 교수는 “자궁에 자리를 잡지 못하고 난관에 착상된 수정란은 임신 약 6∼8주 후 배아로 자라 몸집이 커지면서 비좁은 난관을 파열시키게 된다”며 “이 경우 급격한 내부 출혈로 쇼크를 일으킬 수도 있으므로 즉시 가까운 병원의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수술로 임신 낭과 주변 괴사 조직 제거해야=자궁외임신을 예방하거나 조기에 발견하는 방법은 자가 임신 반응 검사를 통해 임신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 검사 결과 양성(임신 반응)이면 즉시 산부인과를 찾아 초음파검사를 실시, 임신 낭이 제 위치에 자리 잡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자궁외임신은 정상 임신보다 ‘인간융모성선자극’ 호르몬의 혈중 농도가 낮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므로 혈액검사도 병행한다. 이를 통해 자궁외임신이 의심되면 전신마취 상태에서 복강 내부를 샅샅이 살피는 검사가 필요하다. 비정상 둥지를 찾아서 제거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번 자궁외임신을 경험한 여성은 자궁외임신을 반복할 확률이 정상 여성에 비해 7∼13배 높다. 그래서 자궁외임신으로 난관이 심하게 손상됐을 때는 같은 장소에 임신이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난관을 제거하는 게 안전하다.

그러나 지나친 걱정은 금물.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한쪽 난관을 제거한 상태에서도 대부분 정상 임신이 가능하다. 물론 양쪽 난관이 모두 손상됐는데도 임신을 원할 경우엔 인공수정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된다.

김 교수는 “일반적으로 자궁외임신을 치료한 후에는 3∼6개월 정도는 임신을 시도하지 않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이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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