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지난 1일 북한 주민 11명을 태운 소형 선박이 동해상에서 처음 발견된 뒤 2시간30분 정도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고 항해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육군과 해경은 평소대로 선박감시업무를 해왔다고 주장하지만 동해상 경계에 허점이 있다는 우려가 높다.
한편 북한 주민은 모두 귀순의사를 밝혔다. 북한은 2일과 4일 적십자중앙위원회와 동해지구 군사실무책임자 명의로 서한을 보내 이들의 송환으로 요구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북한측이 직접 의사를 확인하겠다면 이를 위한 절차를 마련하겠다는 회신을 보냈다.
◇2시간 동안 어떤 일이 있었나=지난달 27일밤 함경북도 김책시를 출발한 것으로 보이는 3t 규모의 선박은 북한군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250여㎞를 우회해 우리측 영해로 들어왔다. 강원도 강릉 육군 레이더 사이트에서 선박을 처음 발견한 것은 1일 오후 3시22분. 육군은 우리측 선외기와 외관이 비슷해 우리측 배일 것으로 보고 해경에 몇 척이 있는지 문의했다.
해경은 "9척이 조업하다 2척이 돌아오고 7척이 조업중"이라고 응답했다. 해경측은 "군에서 미확인 선박에 대한 확인 요청은 평소에도 자주 있어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며 "군에서 첫 연락할 때 사병이 했고 한번 밖에 오지 않아 크게 의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5시50분쯤 육군은 이 선박이 주문진항 가까이 가자 다시 해경에 "승선인원이 의심이 간다"며 확인을 요청했다. 7분 뒤 해경정이 출동했고 6시2분쯤 해경은 이 선박이 북한선박이며 귀순의사를 확인했다. 6시1분경 수상한 배를 발견한 주민들의 신고가 있었다.
◇허술한 공조체계, 늑장 파악=군과 해경은 이 선박이 공해상으로 우회해 들어왔고 소형 선박으로 조기 식별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또 수상하다고 의심할 만한 특이행동도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선박의 속도가 우리측 어선에 비해 상당히 느렸고 주민들의 눈에 띨 만큼 외관이 다르고 꽤 오랜 시간 주문진항 인근에서 배회했던 것으로 보여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였다면 일찍 확인이 가능했을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보고체계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육군은 핫라인을 통해 사단까지는 연락했지만 합참과 해군에는 6시쯤에야 알려졌다. 국방장관도 같은 시각 격려차 국방부 지하상황실을 들려서야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육군과 해경 측이 공식 지휘라인을 통하지 않고 실무자끼리 미확인 선박의 확인차원에서 정보를 주고받다가 현장 출동이 지연된 셈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강릉=변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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