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오의 헬로! 자쿠미] 남아공의 ‘시한폭탄’ 알렉산드라

[김철오의 헬로! 자쿠미] 남아공의 ‘시한폭탄’ 알렉산드라

기사승인 2010-05-13 17:49:01


[쿠키 스포츠] 영화 ‘디스트릭트9’을 아시나요? ‘반지의 제왕’ 시리즈로 세계적 명장 반열에 오른 피터 잭슨 감독이 제작한 2009년 작품으로 이주민의 비참한 현실을 외계인에 빗대어 그린 SF영화입니다.

잭슨 감독은 ‘디스트릭트9’에서 기존 SF영화와 사뭇 다른 외계인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인간은 남아공에 불시착한 외계인이 위협적이지 않다고 판단, 이들을 요하네스버그 인근 ‘디스트릭트9’ 지역에 격리 수용합니다. 이후 28년간 방치된 이곳은 무법지대로 변질되죠.

정부는 이곳을 철거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한 인간이 사고로 외계인 유전자를 갖게 됩니다. 영화의 흐름은 외계인 유전자를 갖게 된 인간의 시선을 따라갑니다. 관객들은 이 시선을 따라 차별과 멸시를 받으며 또 다른 인종으로 살아가는 외계인의 처참한 현실을 목격하게 되죠.

잭슨 감독이 영화의 무대를 남아공 요하네스버그로 설정한 이유는 분명합니다. 영화 속 외계인의 삶이 현실 속 인간 세계에서 똑같이 벌어지는 장소이기 때문이죠. 요하네스버그의 알렉산드라 지역이 바로 그 오명의 장소입니다.



알렉산드라의 갈등은 남아공에 흑인정권이 들어설 때까지 무수한 피를 뿌렸던 백인과 흑인의 대립과는 사뭇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남아공 흑인들은 짐바브웨 등 인접국 이주민들이 알렉산드라로 몰려드는 바람에 일자리를 빼앗겼습니다.

이는 외국인 혐오증으로 확대됐고 지난 2008년 5월 발생한 주민 폭동에서 다수의 이주민이 사망하는 사태로 이어졌습니다. 1994년 넬슨 만델라가 흑인 사상 첫 대통령으로 당선된 뒤 인종차별 철폐의 상징으로 떠오른 남아공이 흑인 간 차별이라는 기현상으로 다시 몸살을 앓게 된 것이죠.

알렉산드라는 이제 남아공에서 가장 악명 높은 빈민가로 전락했습니다. 인종을 가리지 않는 폭력이 자행되고 있으며 현지 한국인들 사이에서도 “입던 옷도 다 벗고 나오는 지역”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월드컵 개막이 한달도 채 안남은 남아공에는 축제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알렉산드라에 드리워진 그림자는 여전히 걷히지 않고 있습니다. 현지 치안 문제가 핫이슈로 떠오른 상황에서 알렉산드라는 남아공월드컵의 성패를 좌우할 또 하나의 시한폭탄이 될 전망입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자쿠미(Zakumi)는 2010년 남아공월드컵의 공식 마스코트입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김철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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