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女뉴스 앵커 “친정부 방송 못하겠다” 사퇴

이탈리아 女뉴스 앵커 “친정부 방송 못하겠다” 사퇴

기사승인 2010-05-25 23:00:00

[쿠키 지구촌] 이탈리아 최고 인기의 아나운서가 친정부적인 뉴스 내용에 반발해 전격 사퇴했다고 25일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이탈리아 국영 ‘라이1(Rai1)’의 메인 저녁뉴스 ‘티지1(TG1)’의 여성 앵커 마리아 우리사 부시(사진)는 지난 주말 자신의 상사에게 보내는 한 장의 편지를 사내 게시판에 붙여놓고 방송국을 떠났다. 편지의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부시는 최근까지 자신의 상사이자 TG1뉴스 에디터인 아우구스토 민촐리니에게 방송이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를 지나치게 감싸고 있다는 불만을 수차례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촐리니 에디터는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직접 선임한 인물이다.

이에 대해 베테랑 기자 출신인 파올로 가림베르티 라이 방송국 사장은 “회사의 최고 경영자들이 최고의 경각심을 가저야 할 상황이라는 또 하나의 우려스러운 신호”라고 밝혔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그 자신이 이탈리아 7개 지방파 TV 중 3개를 소유하고 있는 미디어 재벌이다. 또한 총리로서 국영방송 라이의 고위임원 인사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라이의 방송이 좌파에 편향돼 있다”며 민촐리니의 선임을 밀어 붙였다.

이렇게 선임된 민촐리니는 지난 3월 치러진 지역선거에서 집권당에 유리한 보도만 내보내다가 벌금을 물기도 했다. 또한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추문은 뉴스에서 일절 보도하지 않았다. 일례로 지난해 로마의 베를루스코니 개인 저택에서 열린 파티에 성매매 여성들이 기업가에게서 돈을 받고 참석한 사실을 다른 방송사들이 대대적으로 보도할 때 TG1은 침묵을 지켰다.

만촐리니는 인기 앵커의 사퇴에 대해 “그녀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내 뉴스 프로그램은 편향된 적이 없고 모든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왔다”고 항변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김지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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