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국의 남아공월드컵 16강 해법을 제시했다. 26일(한국시간) 오스트리아 알타흐 캐시포인트아레나에서 열린 그리스와의 평가전에서 간판 스트라이커 정대세(26·가와사키 프론탈레)의 두 골에 힘입어 2대2 무승부를 거뒀다.
이번 평가전은 북한이 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만날 포르투갈을, 그리스가 한국을 가상으로 경험하기 위해 성사됐으나 가장 큰 수혜자는 다름 아닌 한국이었다. 한국이 16강 진출을 위해 반드시 잡아야하는 그리스가 두 가지 공략 포인트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포인트1. 밥상을 차려주면 안돼
그리스는 북한을 상대로 전반 1분 만에 선제골을 뽑아냈다. 북한 페널티 지역 왼쪽 외곽에서 얻은 프리킥 기회에서 게오르기오스 카라구니스가 올린 크로스를 소티리오스 키르기아코스가 헤딩으로 연결했고 미드필더 카추라니스가 오른발로 밀어 넣어 골그물망을 흔들었다.
카라구니스의 크로스가 올라가는 순간 네 명의 선수가 골문으로 달려들었으나 북한 수비수는 단 1명 뿐이었다. 1-1로 균형을 이루던 후반 3분에도 프리킥 기회에서 카라구니스가 골문을 향해 길게 올린 공을 공격수 앙겔로스 카리스테아스가 밀어 넣었다.
두 골 모두 프리킥 상황에서 나왔다. 섣불리 세트플레이를 내준다면 곧바로 실점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모든 골의 시작이었던 카라구니스의 경우 골문으로 뛰어드는 동료의 머리뿐 아니라 큰 곡선을 그리며 아래로 떨어지는 패스 등으로 다양한 공격을 시도했다. 카라구니스의 킥이 어디를 향하는 지도 관찰 대상이다.
포인트2. 수비의 느린 발을 파고들어라
그리스는 월드컵 본선 32개국 가운데 가장 녹록치 않은 수비력을 자랑한다. 4-4-2 포메이션을 가동하지만 실제로는 8-0-2에 가깝다. 공격수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선수들을 페널티지역에 포진한다. 이번 대회에서도 30명의 예비명단 중 13명의 수비수를 발탁했다.
더욱이 그리스의 평균 신장 190㎝에 달한다. 높고 두터운 수비벽을 뚫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정대세는 어떻게 그리스의 골문을 두 차례나 열었을까. 해답은 상대의 느린 발에서 나왔다.
정대세는 전반 22분 상대 페널티 지역 왼쪽 외곽에서 상대 수비수의 방향을 빼앗는 속임수로 공간을 만든 뒤 정교한 오른발 슛으로 첫 골문을 열었다. 이어 1-2로 뒤지던 후반 6분 역습기회에서는 길게 날아온 로빙패스를 상대 페널티 지역 오른쪽에서 받아 빠르게 파고들어 동점골을 넣었다.
두 골 모두 정교한 슛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나 그리스 수비의 느린 발도 한몫했다. 그리스 수비수는 정대세의 첫 골에서 둔한 움직임으로 방향을 놓쳐 넘어졌고 두 번째 골의 경우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슬라이딩태클을 하다 공간을 내줬다.
역습을 빠르게 진행하고 페널티지역 주변에서 패스보다는 개인기량으로 공간을 만들어 슛을 퍼붓는다면 철옹성 같은 그리스의 수비벽도 쉽게 뚫릴 수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