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이근호(25·주빌로 이와타)가 허정무 축구대표팀 감독의 냉정한 ‘칼질’을 피하지 못하고 고개를 떨어뜨렸다. 한국의 남아공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끈 주인공이었으나 정작 본선 무대를 밟지 못하고 씁쓸한 조기 귀국길에 올랐다.
이근호는 허 감독이 1일(이하 한국시간) 발표한 23명의 남아공월드컵 최종 명단에서 제외됐다. 안정환과 이동국, 염기훈, 박주영, 이승렬 등 기존 6명의 공격수 중 유일한 탈락자가 됐다. 그는 오는 2일 새벽 한국 땅을 밟게 될 예정이다.
그에게 허 감독의 결정은 다소 섭섭할 수 있다. 한국이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전을 벌였던 지난 2008년 10월부터 2009년 6월까지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보여줬기 때문. 6번의 경기에서 3골을 넣었고 그 사이 친선경기에서도 2골을 추가하며 허정무호의 핵심 공격수로 자리 잡았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19년 만에 첫 승을 거뒀던 2008년 11월 아시아 최종예선 3차전(2대0 승)에서 선제 결승골을 넣었던 주인공도 바로 이근호였다. 득점 기록보다 중요한 것은 위기의 순간마다 허 감독을 구해낸 해결사라는 점이었다.
그러나 남아공월드컵 개막일이 다가올수록 그의 활약은 미미해졌다. 올해 치른 10번의 평가전에서 단 한 골도 넣지 못했다. 그 사이 선배 이동국은 코트디부아르(3월3일)를 상대로, 후배 이승렬은 에콰도르(5월16일)를 상대로 결승골을 넣으며 남아공월드컵 출전 가능성을 끌어올렸다.
이근호가 마지막 순간 허 감독의 선택을 받지 못한 것도 스스로 자처한 셈이다. 허 감독은 “공격수 부문을 많이 고민했다”며 “이근호에게는 많은 기회를 줬으나 슬럼프가 길고 경기력도 끌어올리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