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피플] 청초한 미소와 그윽한 눈망울, 수묵화에서 방금 튀어나온 것처럼 하얀 피부. 요정이 마술피리를 흔들 듯 은은한 꽃향기를 뿌리며 큐(Cue)를 이리저리 휘두르는 ‘얼짱 당구소녀’.
이 것은 더 이상 차유람(23)의 모습이 아니다. 어쩌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은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회사의 점심시간과 대학의 휴강 때마다 당구장을 가득 채우는 마초들의 환상이었을지도 모른다.
한국 당구 국가대표팀이 오는 11월 중국 광저우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첫 소집훈련을 실시했던 3일 서울 태릉선수촌에서 차유람을 만났다. 무려 12시간의 훈련을 마치고 나타난 그는 승리에 굶주린 승부사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금메달에 대한 자신감과 당구에 대한 자부심으로 무장하며 세계 정상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는 그에게서 과거 ‘얼짱 당구소녀’의 모습을 더 이상 찾아 볼 수 없었다.
- 국가대표팀 소집훈련이 시작됐다. 자신의 아시안게임 전망을 어떻게 예상하는가.
“그동안 사설 당구장에서 훈련하다 태릉선수촌에 들어오니 더 집중할 수 있어 좋아요. 다른 종목 선수들과 접촉하니 의지도 생기네요. 아시안게임에서는 에이트볼과 나인볼에 출전할 예정인데 감독으로부터 ‘2개의 금메달에 도전하라’고 주문 받았어요. 문제는 메달의 색이죠. 한 개의 금메달은 자신 있지만 나머지 한 개는 훈련을 통해 가능성을 끌어 올리고 있어요.”
- 당구선수로서 어떤 목표를 갖고 있나.
“단연 세계 최고죠. 한 순간 정상을 밟고 내리막길을 걷는 게 아니라 타이틀을 꾸준히 유지해 인정받고 싶어요. 세계랭킹에서 1위에 오르는 것도 목표에요. 현재 상위권에 있으니 자신 있어요. 당구를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했지만 이제야 전성기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해요. 순위도 더 올라갈 겁니다.”
- 일반인에게는 당구가 취미다. 이를 본업으로 하는 자신의 취미는 무엇인가.
“취미는 없는데… 당구로 인해 즐거울 때도 있지만 스트레스 받을 때도 많죠. 이럴 때 쇼핑해요. 물건 구경을 좋아해요. 독서도 하고요.”
- 당구경기 중 내기하면서 자장면을 먹은 경험이 있는가.
“나에게 당구는 훈련이고 경기에요. 정말 배고파서 자장면을 먹은 적은 있지만 여러분이 예상하는 (일반인의) 모습과는 다를 거예요.”
- 내기당구 도전자가 많다. 상대할 생각은 없나.
“미니홈피 등을 방문해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심지어 자신의 주소까지 적어준 사람도 있었죠. 내가 여자라는 점에서 실력을 검증해보려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들이 나에게 상대나 될까요?(웃음) 당구를 취미로 하는 입장이 아니니 일반인과 겨룰 수는 없을 것 같아요.”
- 빼어난 외모로 연예계에 입문할 생각은 없나.
“연예에는 재능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어요. 물론 연예계에 관심 가질 여유도 없고요. 승부해서 이기는 게 좋아요. 나는 아직 배가 고프답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사진=이송희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