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아프리카 국가의 개최여서 유럽과 남미 등 패권국들의 관심을 떨어뜨렸다는 점도 한몫 했으나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월드컵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5가지 요소들을 뽑아봤다.
#1. 테러리스트
이라크 정부는 남아공월드컵 테러를 계획했던 자국 알카에다 간부 아잠 살레 알 카타니를 지난달 검거했다. 가장 위협적인 테러리스트를 붙잡기는 했으나 우려를 줄이기에는 부족한 실정이다.
북아프리카 이슬람마그레브 알카에다는 오는 12일 열리는 미국과 잉글랜드의 C조 조별리그 1차전을 폭탄 테러하겠다고 선언했다. 독일과 프랑스, 네덜란드, 덴마크 등도 테러리스트의 표적이 됐다.
잇단 테러 선언은 남아공행 관광에 찬물을 끼얹었다.AP통신은 지난 4일(이하 현지시간) “오사마 빈 라덴이 어딘가에서 월드컵을 즐길 것”이라는 전망으로 대조를 이뤘다.
#2. 불안한 치안
테러리즘도 개최국의 강력한 의지로 해소할 수 있다. 치안 강화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남아공의 경우 테러리즘은커녕 내국인 범죄조차 막지 못하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잇단 사고소식이 흥행참패로 이어질까 우려한 자콥 주마 남아공 대통령과 재프 블래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최근 치안의 안전성을 알리기 위해 힘을 보태고 있으나 관광객들을 유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최근에는 한국인 대상 범죄도 증가했다. 지난 4일 요하네스버그에서 30대 한국인 사업가가 3인조 강도에게 여권과 금품을 빼앗겼고 5일에는 한국 측 방송사 관계자들이 잇따라 습격당했다. 한 PD는 목 졸려 기절한 상태에서 강도를 당했다.
#3. 강호의 부재
국제대회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단연 참가국들의 경기력이다. 그러나 남아공월드컵 본선에 오른 32개국은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스페인과 잉글랜드, 프랑스, 이탈리아 등 전통의 강호들은 최근 평가전에서 잇따라 부진했다. 스페인은 최근 한국에 1골차 신승을 챙겼고 잉글랜드는 일본의 잇단 자책골로 2대1 역전승을 거뒀다.
프랑스는 안방에서 중국에 무릎 꿇는 망신까지 당했다. 이탈리아는 올해 3번의 평가전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카메룬, 스위스와 비기고 멕시코에는 1대2로 졌다.
이 같은 강호의 부재는 세계 축구 평준화에 대한 역설일 수 있다. 그러나 월드컵을 기대하는 축구팬들에게 ‘고만고만한 팀들의 대전’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다. 실제로 남아공월드컵 조별예선에서 빅매치를 찾아보기 어렵다. 흥행카드가 사라진 것이다.
#4. 초대받지 못한 자들의 반란
남아공월드컵 대륙 예선에서 탈락한 국가들은 최근 평가전에서 분풀이라도 하듯 본선 진출국들을 사냥했다. 그 중에서도 중국과 아일랜드는 가장 강력한 ‘고춧가루’팀이었다.
중국은 지난 2월 동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한국과 일본을 제치고 우승했다. 물론 우연이 아니었다. 한국에는 3대0으로 완승하며 32년 만의 첫 승리를 쟁취했고 일본과는 비겼다. 지난 5일에는 프랑스와의 원정 평가전에서 1대0으로 이겨 급성장을 증명했다.
유럽 예선 플레이오프에서 티에리 앙리(프랑스)의 핸들링 파문으로 본선 진출에 실패했던 아일랜드도 본선 진출국 사냥에 동참했다. 대륙 예선에서 가장 아쉽게 탈락한 국가로 인정 받았던 아일랜드는 본선 진출국들의 가장 좋은 트레이닝 파트너였다. 그러나 브라질에만 0대2로 졌을 뿐 파라과이(2대1)와 알제리(3대0)를 잇따라 격파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5. 스타플레이어의 상실
미하엘 발락(독일)과 데이비드 베컴(잉글랜드) 호나우지뉴(브라질) 등 21세기 초반을 풍미했던 거성(巨星)들이 일찌감치 탈락한 가운데 최근에는 부상자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 5일 잉글랜드대표팀의 주장 리오 퍼디낸드가 부상으로 귀국했고 코트디부아르의 간판 공격수 디디에 드로그바는 같은날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상대 수비수 마르쿠스 툴리오 다나카의 파울로 부상, 수술대에 올랐다. 현재 그의 출전 여부는 불확실하다.
6일에는 네덜란드 공격의 핵 아르연 로번이 허벅지를 다쳤으나 출전을 결심했다. 드로그바와 마찬가지로 출전 여부가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스타플레이어의 잇단 부상은 해당 대표팀의 경기력을 크게 저하할 뿐 아니라, 남아공월드컵의 흥행에도 치명적 악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