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허정무 축구대표팀 감독이 디에고 마라도나 아르헨티나대표팀 감독과 첫 악연을 맺었던 24년 전 ‘사건’으로 주홍글씨를 새긴 것일까.
16일(현지시간)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스타디움으로 모인 외신 기자들의 질문은 대부분 하나로 모아졌다. 허 감독이 선수로 출전했던 1986년 멕시코월드컵에서 상대 핵심 공격수 마라도나 감독을 경기 중 걷어찼던 이른바 ‘태권축구’가 바로 그것이었다.
허 감독과 마라도나 감독 사이의 심리전이나 몸값 비싼 아르헨티나 선수들을 향한 태클 등을 묻는 외신 기자들의 궁금증에는 하나 같이 ‘태권축구’라는 전제가 깔려있었다. 노골적으로 ‘24년 전 사건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까지 나왔다.
허 감독은 당시 경고를 받지 않았다. 주심에게 들키지 않았을 뿐인지, 실제로 물리적 접촉이 없었는지 명백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공식적으로는 때리지 않은 것이었다. 마라도나 감독은 이를 잊지 않은 듯 이날 프리토리아에서 가진 공식 기자회견에서 “발차기로 선수를 위협하면 안 된다”는 말로 허 감독을 도발했다.
그러나 허 감독은 오히려 당당했다. 일말의 미안함도 엿볼 수 없었다. 마라도나 감독의 말을 그대로 전달한 외신 기자를 향해 그는 “태권도를 했다면 심판이 레드카드를 꺼냈을 것이다. 그것은 분명히 축구였다”고 했다. 당시 마라도나 감독을 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말싸움이 아니라 축구를 하자”며 마라도나 감독을 역으로 도발했다.
그는 “선수로서 마라도나를 존경했다. 지금도 변함없다. 그러나 1986년의 (한국)대표팀은 세계적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며 “지금 우리 선수들은 당당하고 경험이 많다. 그때와 다르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두 감독이 24년 만에 벌이는 리턴매치는 오는 17일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요하네스버그(남아공)=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