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하 자살로 본 우울증에 관한 진실과 오해 11가지

박용하 자살로 본 우울증에 관한 진실과 오해 11가지

기사승인 2010-06-30 10:39:00
[쿠키 생활] 배우 박용하의 자살로 우울증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우울증은 저조한 기분상태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외적인 어떤 자극 때문에 생기는 일시적으로 우울한 기분은 극히 정상적인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우울증은 상당기간 지속되며 일상생활에 장애를 초래하는 저조한 기분상태를 말한다.

우울증에 대해 일반인들이 잘못 인식하고 있는 것은 우울증은 정신병이기 때문에 특별한 사람들만 걸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울증은 상당히 흔한 병으로, 여자는 약 10∼25%에서, 남자는 약 5∼12%가 평생 동안 적어도 한 번의 우울증을 경험한다.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우울증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대부분의 환자들이 호전되지만, 심할 경우 자살에 이를 수 있는 무서운 병이다.

을지병원 정신과 주은정 교수의 도움말로 많은 사람들이 알면서도 쉽게 외면하는 우울증의 진실과 오해 11가지를 알아보자.

1. 기분이 우울하면 모두 우울증이다?

기분이 우울하다고 해서 모두 우울증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주요우울증의 진단 기준은, 우울증의 여러 가지 증상들이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동안, 적어도 2주 이상 지속되어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일 때 가능하다.

그러나 주요우울증 이외에도 다양한 범주의 기분과 관련된 질환이 있으며 진단 기준을 정확히 만족시키지 않더라도 치료가 필요한 기분장애 상태가 많이 있으므로 진단 기준에만 집착할 일은 아니다.

2. 어린 아이들도 우울증에 걸린다?

우울증은 모든 연령 대에서 이환될 수 있는 질환이다. 따라서 어린아이들도 우울증에 걸릴 수 있다. 나이에 따라 임상 양상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데, 소아의 경우 짜증, 불안, 공격성, 수면장애, 학습능력저하, 또래 관계악화, 학교거부증, 말썽을 부리는 행동 등으로 그 양상이 변형되어 나타날 수 있다.

3. 우울증에 걸리면 몸이 아프다?

우울증에서 신체적인 증상은 매우 흔하다. 자율신경계의 기능 저하로 인해 나타나는 두근거림, 발한, 위장관 기능이상 뿐 아니라 신체적인 통증을 느끼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목이나 어깨, 등 부위의 통증, 신체적인 검사에서 원인을 찾을 수 없고 설명이 되지 않는 통증이 다양한 신체부위에서 나타날 수 있다. 이런 경우 가면성 우울증이라는 별칭을 붙이기도 하는데 환자들은 정신과 이외에 다른 과들을 여러 곳 전전하면서 병의 원인을 밝히지 못하고 치료가 되지 않는 과정 속에서 더욱 우울해지고 절망하게 된다.

5. 우울증, 의지가 약한 사람이 더 걸리기 쉽다?

전혀 근거 없는 얘기로 우울증 환자들을 더욱 우울하게 만드는 잘못된 통념 중 하나이다. 의지의 문제라기보다는 평소 스트레스 관리를 얼마나 잘하고 있는가가 더 관련이 깊다.

6. 우울증, 내성적인 사람에서 더 많다?

내성적인 사람이 외향적인 사람에 비해 우울증이 많다고 할 수 없다. 오히려 지나치게 외향적으로, 즉 외부적인 기준에 맞추어 살게 되면 자아성찰을 간과하기 쉬운데 이럴 경우 우울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내성적인 사람이 우울증에 잘 걸린다는 통념은 내성적인 사람은 사회활동, 대인관계, 감정의 표현이 적어서 스트레스 관리가 잘 안될 것이라는 유추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내향적이라고 해서 스트레스 관리를 못하는 것은 아니고 스트레스 관리를 하는 양상이 다를 뿐이다.

7. 우울증, 완벽주의적인 사람에서 더 많다?

완벽주의적인 경우 더 많은 것은 사실이다. 지나치게 완벽을 추구하는 성격이나 그것이 병적인 상태로 발전된 강박신경증의 경우 일반인에 비해 동일한 일상생활 스트레스에 대해서 우울한 심정을 느끼기 쉽다. 실제 강박신경증 환자에서 우울증이 공존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8. 우울증, 심리적 충격이 더 작용할까? 타고난 기질이 더 작용할까?

어느 쪽이 더 영향을 준다는 식의 답은 현재의 지식으로는 불가능하다. 확실한 것은 유전적인 요인(타고난 기질)과 환경적 요인(심리적 충격)이 각각, 그리고 상호작용하여 우울증을 발현시킨다는 점이다. 어느 요인이 좀 더 작용하는지는 개개인에 따라, 시기에 따라 매번 달라질 수 있을 것이며 이를 계량적으로 측정하기는 불가능하다.

9. 우울증 치료, 약보다 정신상담이 더 중요하다?

약물치료와 비약물치료가 둘 다 중요하다. 비약물치료에는 심층적 혹은 지지적 면담치료, 인지행동치료, 광치료, 경두개 자기자극치료 등 다양한 치료 방법이 있다. 정신과에서 시행하는 각각의 치료에는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으로 전문가에 의해 개별 환자에 맞는 치료방법이 선택되고 올바른 방식으로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 중 약물치료는 가장 일반적이고 효과적이며 경제적이고 빠른 치료 방법 중 하나이다.

10. 우울증 치료약은 중독성 또는 습관성이 있다?

우울증을 치료할 때 가장 중심이 되는 치료제는 항우울제이다. 물론 치료 초기에는 항우울제의 치료효과가 나타나기까지 보조적으로 항불안제나 수면보조제 등 다양한 약물을 사용할 수 있다. 항우울제는 중독되지 않으며 습관성이 없는 안전한 약물이다.

11. 우울증 환자에게 오락이나 취미 생활을 강조하는 것도 실제 도움이 안 된다?

우울증이 심한 상태에서는 오락이나 취미 생활을 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만큼 정신적인 에너지가 철수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환자에게 오락이나 취미생활을 하라고 강요하거나, 노력하지 않는다고 환자를 비난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주변의 격려 등에 의해 억지로라도 오락이나 취미생활, 운동 등을 할 수 있다면 우울증의 회복에 도움이 되는 것은 확실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이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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