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을 한 달 남짓 남기고 사고를 당한 고 이상민 하사의 가족들은 “아직도 이 하사가 돌아올 것만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어머니 김모(54)씨는 “요즘도 아들의 유품을 꺼내 보며 슬픔에 젖는다”고 말했다. 김씨는 “그럴 때마다 (아들의) 누나들에게 전화를 걸어 슬픔을 달랜다”고 울먹였다.
이 하사의 아버지 병길(61)씨는 영결식을 마친 뒤에도 아들 생각에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지난달 초 1주일간 병원에 입원했다. 음력으로 쇠는 병길씨의 올해 생일은 5월 8일, 어버이날이었다. 가족들은 모여 조용히 식사만 하고 헤어졌다. 이 하사는 “전역하면 아버지의 생신 잔치를 근사하게 해 주겠다”고 말했었다. 이 하사의 누나(29)는 “문득 상민이가 생각나면 가족 모두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천안함 2층 기관조종실에서 근무하다 사고를 당한 고 심영빈 중사의 아버지 대일(60)씨는 “언론 때문에 더욱 힘들다”고 토로했다. 대일씨는 “산 사람은 살아야 하니까 잊기는 잊어야 하는데, 언론에 계속 나오니 잊을 수가 없다”고 전했다. 대일씨는 아들의 휴대폰을 찾지 못해 더욱 아쉬워했다. 대일씨는 “아들이 휴대폰 세 개를 가지고 있었다는데, 유품으로 하나도 찾지 못했다. 통화기록을 보면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잘 알 수 있을 텐데…”라며 한숨쉬었다.
유족들은 슬픔을 배려하지 않는 일부 단체의 몰지각한 행동과 유언비어 때문에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대일씨는 천안함 사고 원인 조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달 여러 단체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이 가운데 한 시민단체는 “어뢰가 미국 것으로 나타났다”며 “아버님은 이게 정말 북한의 소행이라고 믿느냐”고 묻기도 했다. 대일씨는 “하루 빨리 사고 원인이 확실히 규명되고, 유언비어가 사라지기 바란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