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한준호 아나 “3개월 만에 프러포즈…세 아이의 아빠 되기까지”

[쿠키人터뷰] 한준호 아나 “3개월 만에 프러포즈…세 아이의 아빠 되기까지”

기사승인 2010-07-14 16:53:00

"[쿠키 연예] MBC 아나운서 한준호(36)는 팔방미인이다. 스펙, 외모, 성격 어느 것 하나 부족하거나 모나지 않았다. 연세대학교를 졸업한 뒤 증권거래소에서 고액연봉을 받으며 일하다가 ‘평생 후회하지 않을만한 직업을 갖자’는 소신에 따라 2003년 MBC 아나운서로 입사했다.

IQ 163의 멘사 회원이며 외모 또한 수려하다. 185cm 훤칠한 키에 근육으로 다져진 몸, 뚜렷한 이목구비는 아나운서 내에서도 ‘얼짱’으로 통한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언행은 ‘착한 남자’다. 11년 전부터는 한 여자의 남편이자 세 아이의 아빠로 살고 있는 ‘품절남’이기도 하다.

한준호는 최근 ‘아빠가 읽는 임신출산책-아내가 임신했다’(이하 ‘아내가 임신했다’)를 발간해 ‘작가’라는 명함까지 보탰다. 간결하면서도 자신의 생각과 느낀 바를 정확하게 표현해 낼 줄 아는 글 솜씨 또한 탁월했다. 책은 2단의 형태를 띠고 있다. 왼쪽에는 셋째이자 아들인 지성(1)이를 임신한 아내를 열 달 가까이 지켜보면서 느낀 점과 10여 년 전 아빠가 됐을 때의 추억을 떠올리며 적은 에세이가 담겼으며, 오른쪽에는 임산부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알아두면 좋은 임신 출산 정보로 꾸며졌다.

에세이는 진솔했고, 정보는 꼼꼼했다. 무엇하나 허투루 쓰지 않았으며, 임신 계획부터 돌잔치 준비까지 출산과 임신 나아가 육아까지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으려고 무던히 애쓴 흔적이 역력했다. 꾸밈없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진솔한 이야기를 펼쳐낸 ‘작가’로서의 진심이 통한 것일까. 초판 1쇄를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벌써 2쇄에 들어갔다. 남자가 풀어내기 쉽지 않은 분야인 임신과 출산 분야에 도전하게 된 배경이 궁금했다.

“2년 전에 출판사 관계자로부터 집필 제의를 받았는데 ‘무슨 내용을 써야하나’ 고민하면서 차일피일 미뤘어요. 책을 낸다면 첫 번째는 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에세이가 될 줄 알았는데 말레이시아로 가족 여행을 다녀온 뒤 아내의 임신 소식을 듣고 임신 출산 책을 쓰게 됐죠. 사실 첫째 딸 다혜가 지난해 아홉 살이었고 둘째 아들 서윤이는 여섯 살이라 두 아이만으로 만족하면서 살았기에 셋째 임신 소식에 적잖이 놀랐지만 신의 계시라 여기며 귀한 생명을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지성이 덕분에 별 탈 없이 임신 출산책을 쓸 수 있게 된 것 같아요(웃음).”



막내 이름이 ‘지성’이라, 혹시 축구 마니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10 남아공 월드컵’을 기념해 만든 이름이었을까.

“저도 박지성 선수를 굉장히 좋아하고 ‘2010 남아공 월드컵’을 즐겨봤지만 그래서 만든 이름은 아니에요(웃음). 별 다른 뜻은 없고 인터넷 작명소에서 지었어요. 이름 몇 개가 뜨던데 그 중 ‘지성’이라는 이름이 마음에 들더라고요. 이룰 ‘지’에 이룰 ‘성’자에요. 한문 뜻이 독특하죠?(웃음).”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남겼다는 사실에 뿌듯하고 감사한 듯 했다. ‘가족을 위한 아빠이자 남편의 선물’이라는 마음을 담아 정성스레 글을 써내려갔다. 책 표지 사진도 갓 태어난 아들 지성이와 찍었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남길 수 있는 기회는 평생 한 번 올까말까 하잖아요. 세 아이의 임신과 출산 과정을 책으로 써내면서 가족의 의미에 대해 되새길 수 있었던 시간이었죠. 요즘 아이가 많은 게 ‘부(富)의 상징’이라던데 상징을 가졌으니 이제 부(富)만 가지면 되겠네요(웃음). 월급쟁이다보니 아이들에게 재산을 남겨줄 수도 없고 ‘무엇을 물려줄 수 있을까’ 생각해보니 몇 가지가 있더라고요. 서로에게 형제를 남겨주고. 자신들의 어릴 적 이야기를 담긴 책을 만들어주고 마지막으로 개개인의 특징에 맞게 자유롭게 교육을 시키는 거라고 생각해요. 세 가지 중에 벌써 두 가지를 이뤄 정말 기쁩니다(웃음).”

사귄 지 3개월 만에 프러포즈…결혼 한 달 만에 첫 아이 소식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결혼으로 옮아갔다. 가족 및 친인척이 벌인 사업이 부도가 나면서 대학 등록금과 생활비를 스스로 벌어야 했던 한준호는 외로운 자취생활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가족의 의미가 그에게 절절하게 다가왔던 것일까. 스터디 모임에서 처음 만난 문진옥(34) 씨와 사귄 지 3개월 만에 프러포즈를 했고, 결혼한 지 한 달 만에 첫째 다혜 소식을 들었다. 당시 스물일곱에 인생의 중대사를 결정했던 한준호. 두 살 어린 아내가 어려운 결정을 내려줬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아내는 굉장히 현명한 사람이에요(웃음). 어린 나이었지만 처음 볼 때부터 ‘이 사람하고 살면 평생 힘들지 않겠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같이 가진 것 없는 남자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시집와 줄 수 있는 여자가 몇 명이나 되겠어요. 저의 동반자가 되어 준 아내에게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결혼한 지 11년이 지났지만 존칭은 물론이거니와 서로의 사생활이나 남녀가 지켜야 할 사항에 대해 여전히 내외하면서 존중해준다. 아직 큰소리 나게 싸워본 적 없는 금슬 좋은 부부이기도 하다. 사랑의 증표인 토끼 같은 세 자녀들, 조금 있으면 큰 딸을 중학교에 입학시켜야 하는 어엿한 학부모가 됐다.

이렇게 세 아이를 키우면서 느꼈던 점들을 책에 고스란히 담았다. 뜬 눈으로 밤을 새며 눈물과 정성으로 자식을 키워온 아빠라 어느 임산 출산책보다 생생하고 솔직하다. 에세이 부분에서는 출산을 기다리며 블로그에 올렸던 육아일기를 최대한 참고했으며, 자투리 시간에 출산과 육아에 대한 정보를 편안한 마음에서 접할 수 있도록 짧은 에피소드를 넣어 집중력을 높였다.

“지성이의 출산을 기다리면서 작업하다보니 ‘아 책을 쓰는 과정도 아이를 잉태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걸 느꼈어요. ‘아 책이 진짜 나올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과연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기도 했고요. 책을 내놓고 보니 ‘아 이게 내가 만든 책이구나’ 하는 뿌듯함도 들었습니다.”

당초 166개 아이템에 6개의 파트로 나눠 썼는데 아이템이 50여개 정도 줄어들면서 내용도 대폭 축소됐다. 내용이 줄어든 이유는 너무 솔직해서였다. 책에 실린 내용도 상당히 솔직하고 직설적이다. 임신 중 부부 관계, 딸과 아들을 낳는 체위법 등 다소 낯 뜨거운 이야기가 곳곳에 실려 있다. 우연히 초고를 읽은 김정근 아나운서도 “형수님 얼굴이 떠올라서 도저히 못 읽겠다”고 푸념했을 정도니 얼마나 솔직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원고를 넘겨줬더니 출판사에서 글의 수위가 상당해 내용을 덜어낼 수밖에 없었다고 하더라고요(웃음). 부부라면 할 수 있는 당연한 것들이라 솔직하게 알려드리고 싶었을 뿐인데…. 다 싣지 못해 아쉬웠어요.”

한준호 아나운서의 솔직한 필력을 보고 싶은 독자는 아쉬워하긴 이르다. 한 아나운서의 개인 블로그에 가면 못 다한 이야기와 에필로그 등을 접할 수 있다. 임신 출산에 대한 정보를 알고 싶지만 형편이 되지 못해 책을 구입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손수 타이핑해 글을 올리고 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앎’의 기쁨을 누리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싱가포르 여행 에세이도 출판 예정

한 아나운서는 ‘바른생활 사나이’다. 특별한 날이 아니면 자택과 방송국을 오가는 단순한 동선의 삶을 살고 있다. 술 약속이 있는 날이면 아내에게 미리 알려주고 늦어도 자정 전까지는 들어가려고 노력한다. 11년 동안 반듯한 남편의 모습을 보여줬기에 아내 문 씨의 믿음도 한결같단다. 국제대학원에 재학 중인 한준호는 이달 말 싱가포르 교환학생 자격으로 두 달 정도 현지에 머무르면서 학업에 매진한다. 휴직 상태이고, 올해 12월쯤 복귀할 계획이다.

“평소 주택정치에 대해 관심이 많았어요. 특히 상가포르는 역사나 정치가 오래된 나라가 아니라서 다소 딱딱하지만 흥미로운 나라인 것 같아요. 짧은 시간이지만 싱가포르에 가서 많이 보고 배워서 돌아오려고요. 그만큼 시각도 넓어지고 성숙해지겠죠.”

한준호는 싱가포르에서 학업에 집중한 뒤 귀국해 에세이를 준비할 계획이다. 직접 사진을 찍고 글을 쓰면서 자신이 경험한 싱가포르와 숨겨진 보석 같은 여행지를 소개하는 에세이가 될 듯 하다. 이러다가 작가로 전향하는 게 아니냐는 농 섞인 기자의 질문에 손사래를 치며 “제 뜻대로 될지 모르겠지만 MBC 아나운서로 오랫동안 활약하고 싶다”고 답했다.

“사람들이 아나운서라고 하면 무조건 믿어주고 이해해주는 것들이 있어요. 정말 좋은 직업인 것 같아요. 특히 MBC 아나운서로 산다는 것에 대해 자긍심도 느끼고요. 굵직한 행사들을 진행하면서 방송의 짜릿함을 경험해서 좋고요. 전 아나운서가 천직인가 봐요.”

죽어도 방송에 살겠다는 영락없는 말쟁이 한준호 아나운서는 ‘아내가 임신했다’도 단순한 임신 육아책이 아닌 세 아이의 아빠이자 평범한 고민을 하는 남자 한준호의 이야깃거리로 봐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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