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1mm 조연] ‘마음이2’ 조련사 김종권 “다음 작품은 동물 액션영화?”

[Ki-Z 1mm 조연] ‘마음이2’ 조련사 김종권 “다음 작품은 동물 액션영화?”

기사승인 2010-07-17 13:11:00

"[쿠키 연예] 말 한 마디 하지 않고도 관객을 울릴 수 있는 배우가 있다. 바로 영화 ‘마음이’ 시리즈를 탄생시킨 주인공 ‘달’(8)이다. 암컷 래브라도 리트리버 일종인 ‘달’은 지난 2006년 유승호와 김향기가 주연한 영화 ‘마음이’에서 관객을 울린 ‘스타견’으로 무언의 연기가 강력한 파급 효과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 배우였다. 윤기 나는 순백색 털에 깊고 촉촉한 눈망울을 가진 ‘달’이가 4년 만에 ‘엄마’로 돌아왔다.

오는 21일 개봉하는 ‘마음이2''에서 모성애가 지극한 어미 개로서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할 수 있도록 도와준 스크린 밖 공로자가 있다. 바로 달이의 트레이너이자 경기도 광주시에서 ‘마음이 애견훈련학교’를 운영 중인 김종권(48) 소장이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달이의 눈과 귀가 되어준 김 소장은 이 영화를 빛낸 명품 스태프다. 김 소장의 땀과 열정이 없었다면 달이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긴 어려울 터. 8년 동안 동고동락하면서 두 사람의 찰떡 호흡이 스크린에서 제 몫을 다한다. 지난 14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마음이2’ 촬영 과정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생후 60일 지인으로부터 분양을 받아 김 소장의 네 번째 식구가 된 달. 김 소장은 8년 전 전 주인으로부터 ‘샐리’(Sally)라는 영어 이름을 받았지만 달덩이처럼 하얗고 예뻐서 ‘샐리’ 대신 ‘달’(Moon)이라고 지어줬다. 많은 관객과 심지어 영화 관계자들까지도 ‘달’의 이름을 ‘달이’로 알고 있다. 2006년 개봉된 ‘마음이’에서도 주연배우 이름에 ‘달이’라고 올라가 있을 정도니 많은 사람들이 헛갈릴 만하다.

김 소장은 ‘달’이가 이름 그대로 환한 달처럼 영특한 두뇌와 뛰어난 습득력을 가지고 있다고 칭찬했다. 4년 전 ‘마음이’ 촬영 했을 때 익혔던 훈련을 아직까지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며 이번 촬영도 별 어려움 없이 끝낼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현장에서 곧바로 훈련시켜 촬영했을 정도로 순발력이 뛰어나 별다른 훈련을 할 게 없었다고. 김 소장은 모든 것을 달의 능력이라고 강조했지만, 김 소장이 현장에서 한시도 떼지 않고 달이를 지켜보며 독려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20년 넘게 면장갑을 만드는 공장을 운영했던 김 소장은 11년 전 취미로 시작한 개 훈련이 직업으로 전환된 경우다. 기관지가 약해지면서 공장 일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됐고 본격적으로 개를 훈련시키게 됐다. 그동안 수십 마리가 김 소장을 손을 거쳐 갔지만 그 중에서 달이의 영특함은 빼어났단다. 훈련대회의 심사 기준이라 할 수 있는 ‘뛰기’ ‘복종하기’ ‘뒤집기’ 등 시키는 것이라면 뭐든지 척척 해냈다. 말귀를 알아듣는 ‘특별한’ 강아지였기에 ‘마음이2’도 촬영하기 수월했다고 회상했다.

“여덟 살이면 사람 수명으로 대략 50~60대 정도 되는데요. 달이는 다섯 살 정도의 체력과 외모를 갖고 있어요. 워낙 훈련이 잘 되어 있어서 많이 뛰어도 쉽게 지치지 않고요. 아직도 젊었을 때 뛰었던 40~50km 정도의 속도가 나와요. 사실 촬영 전에는 ‘개가 연기를 할 수 있을까’ 많은 분들이 걱정하셨죠. 그런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생각했던 것 이상의 연기를 하니까 콘티에 없는 내용을 요구할 때가 많았어요. 영화 촬영 장면 중 60~70% 정도는 현장에서 즉석으로 만들어진 겁니다. 어떤 임무를 주어도 능수능란하게 해내는 달이의 모습을 보고 스태프도 점점 욕심을 낸 것 같아요. 고난이도 재주와 감정 연기가 하면 할수록 잘 하더라고요. 만족스러운 촬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현장에서 콘티가 바뀌는 경우가 드물고, 배우도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에 적응을 해야 하는지라 달이에게도 시간이 필요했다. 그럴 때마다 김 소장은 달이와 교감을 나누는 법을 시도했다. 말이 없는 동물과의 대화는 웬만한 전문가도 시도하기 어렵지만 한솥밥을 먹은 8년의 세월은 무시할 수 없나보다. 김 소장은 달이의 표정만으로도 마음을 꿰뚫고 있었다.

“촬영장에 가서 끙끙 소리를 내거나 저를 계속 쳐다보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 때에는 소변이나 대변이 마렵다는 신호인데요. 달이가 배우라서 그런지 카메라 앞에서는 생리적 실수를 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사람들 많은 곳과 촬영 중이라는 것을 스스로 가려내는 거죠. 신호를 보내면 전 상황을 둘러본 뒤 다녀와도 좋다는 사인을 내리고 그것을 보자마자 달이는 밖으로 뛰어나가죠. 지난해 7월 4마리의 새끼를 낳을 때에도 제 무릎에 고개를 대고 힘을 주더라고요. 그만큼 절 의지하고 신뢰하고 있다는 것 같아요.”

하루에도 수 십 번씩 ‘이대로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갈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촬영장은 만만치 않은 곳이라고 털어놨다. 사람도 고되고 힘에 부치는데 동물은 오죽할까. 김 소장은 출연료나 유명세보다도 달이의 건강을 가장 걱정했다. 녹록지 않은 영화 촬영을 4년 만에 다시 허락하게 된 것은 달이의 활약을 통해 개의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고 싶어서였다. 개가 단순히 집을 지키거나 주인의 소장품에 불과했던 존재에서 나아가 가진 재능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동물로 격상됐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기 때문이다.

“애견가들에게 달이가 희망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달이가 여력이 된다면 ‘마음이’ 3편까지 찍고요(웃음). ‘마음이2’처럼 개의 평범한 일상이나 특징이 아니라 ‘모성애’에 집중했다는 점은 색다른 의미를 주는 작품이 될 것 같아요. 조만간 기회가 된다면 트레이너로서 동물 액션영화에서 힘 써보고 싶어요. 동물이 주인공이 되는 액션영화라,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선 시도보지 못한 장르거든요. 만약 시도하게 된다면 4년 전 ‘마음이’에 출연했던 ‘코마’와 올해 ‘세계개훈련대회’에 출전하는 ‘골프’가 잘할 것 같습니다(웃음).”



달이가 출연한 ‘마음이2’와 동물 액션영화의 탄생을 고대하는 김종권 씨. 하지만 역시 천상 ‘훈련 소장’이었다. 독학하면서 배운 기술로 지난해 10월3일 독일에서 열린 ‘세계개훈련대회’에 출전했으나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쟁쟁한 개들에게 밀려 무관의 설움을 안고 귀국해야 했다. 좌절하지 않고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웃음을 보였다.

“그동안 ‘세계개훈련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은 국내 순수 기술로 훈련된 게 아니라 외국의 전문가로부터 훈련을 받은 개들인데, 제가 데리고 나간 개는 제가 손수 키우고 가르쳤기에 정말 뿌듯했습니다. 보통 대회에 출전하면 170두(마리) 정도 나오는데 제 목표는 국내에서 아무도 시도하지 못한 30위 안에 진입하는 겁니다.”

달이는 한국영화 시장에 ‘동물’을 소재로 한 작품이 관객의 호기심을 끌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김 소장은 덜도 말고 더도 말고 달이가 건강하게 자라나기만을 소망했다.

“달이를 본보기로 삼아서 질 좋은 동물 영화들이 속속 나왔으면 좋겠어요. 달이의 명맥을 누군가가 이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달이는 저희와 한 가족이기에 수명이 다하는 날까지 평생 같이 살 거고요. 지금처럼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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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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