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issue] ‘런닝맨 부진’ 유재석 위기일까?…방송국 PD 작가의 중간 진단은?

[Ki-Z issue] ‘런닝맨 부진’ 유재석 위기일까?…방송국 PD 작가의 중간 진단은?

기사승인 2010-08-14 13:03:00

[쿠키 연예] SBS 주말 간판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이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달 11일 첫 방송에서 전국 시청률 10%(AGB 닐슨 미디어 리서치)를 기록했으나 2회 방송분에서는 7.8%로 2.2%포인트 하락했다. 이후 7%를 맴돌면서 한 자릿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진한 성적은 경쟁 프로그램들이 선전하고 있는 상황이라 더욱 대비된다.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는 코너 ‘뜨거운 형제들’로 인기 상승 곡선을 타고 있고, KBS ‘해피선데이’는 주춤했던 ‘1박2일’을 ‘남자의 자격’이 받쳐주고 있는 상황이라 ‘런닝맨’의 체감 온도는 상대적으로 더 낮게 느껴진다.

‘런닝맨’의 부진을 두고 시청자는 ‘프로그램 포맷의 정체성’을 주요 원인으로 꼽으면서도 출연진의 수장인 MC 유재석을 향한 날카로운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게임 버라이어티라는 프로그램 특성상 아직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두둔하면서도 “착한 진행 스타일이 슬슬 힘을 잃어가는 게 아니냐”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국민 MC’ 유재석은 ‘런닝맨’에서 이대로 주저앉을 것인가. 방송가에서는 그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 지 살펴봤다.

MBC ‘황금어장-무릎팍 도사’ 박정규 PD는 “유재석은 예능 MC로서 게스트를 이끄는 능력이 뛰어난 1인자”라고 추켜세우면서 “프로그램의 색깔이 아직 명확하게 자리 잡히지 않은 상황이라 위기를 운운하기에는 섣부른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프로그램은 시청률이 거의 일정한 편인데 1~2% 정도 떨어지면 시청자로부터 ‘하락세’라는 말을 듣곤 한다. 하지만 큰 흐름에서 볼 때 우리 프로그램이 하락한 것은 절대 아니다. 유재석도 마찬가지다. 어떤 프로그램이든 간에 자리를 잡는 시기가 필요하고 지켜보는 미덕이 필요하다”며 “한 두 프로그램에서 부진한다고 해서 그 사람의 능력을 단정 짓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그가 과거에 맡았던 프로그램을 놓고 보면 처음부터 대박이 났던 것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 초반 어려움을 겪다가 이겨냈기에 서서히 일어서는 모습을 기대를 해도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MBC ‘일요일 일요일밤에-뜨거운 형제들’ 김영희 책임 프로듀서는 “유재석이 지닌 장점은 언제라도 빛을 발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라고 발언했다. 그는 “나에게 만약 유재석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난 언제든지 ‘오케이’ 할 것이다. 그만큼 그는 게스트들과의 친화력이 탁월하고, 상대방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보완해주는 능력이 뛰어난 진행자이기 때문이다. 처음 출연하는 게스트들의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능력이 있다”고 칭찬했다.

다만 진행 스타일이 과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런닝맨’에서의 모습을 보면 과거 ‘엑스맨’과 ‘패밀리가 떴다’ 진행할 때와 흡사하다. 국내에 버라이어티 붐을 이끌었던 방송인답게 색다른 진행 모습을 보여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재석이 차별화 된 진행 스타일을 선보이지 못하게 된 것을 ‘프로그램 포맷’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 CP는 “‘뜨거운 형제들’이 인기 탄력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유재석이 이끄는 ‘런닝맨’이 첫 방송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사실 좀 불안했다. 그런데 뚜껑을 열고 보니 유재석에게 운신할 폭도 허락해주지 않는 규격화되어 있는 포맷이라는 걸 보고 경쟁자의 입장에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며 “프로그램 포맷이 유연한 방향으로 개선된다면, 유재석은 다시 활기를 띠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 ‘오늘은 좋은 날’ ‘테마게임’ ‘일요일 일요일 밤에’ ‘세바퀴’ 등을 집필한 김성원 작가는 ‘유재석의 노출 빈도수’에 대한 문제점을 언급했다. 그는 “유재석의 부진을 느끼는 시청자가 있다면 아마도 과거 절정의 감각을 과시하던 때와 비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유재석은 톱MC로서 긴 시간 동안 ‘1인자’의 자리를 지켜왔다. 그러나 여기저기 다양한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노출 빈도가 잦아졌고 식상함이 고개를 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동안 MC계는 서경석의 ‘엘리트 MC’, 김구라의 ‘독설 MC’ 등 다양한 특징을 드러내며 변화를 겪어왔다. 격변의 세월 속에서 유재석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착한 진행자’로서 활약해왔다”며 “‘1인자’의 자리가 무겁게 어필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대중은 ‘2인자’ 박명수가 실수하거나 실패해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그에 비해 유재석이나 강호동 같은 경우는 ‘1인자’이기에 조금만 주춤해도 시청자는 ‘이제 힘을 못 쓰네’라는 말을 하게 된다. 노출의 유효기간을 정확히 인지하면서 활동량을 조절하는 게 능력을 인정받는 MC로 거듭나는 방법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과거에 유재석과 호흡을 맞춘 한 스태프는 “한 시대를 풍미한 진행자들을 쭉 놓고 보면 다 잘 풀리지 않았다. 유재석도 ‘국민 MC’에 앞서 한 인간이기에 기복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그렇지만 ‘런닝맨’의 부진을 유재석의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너무 가혹한 것 같다. 근본적 문제는 유재석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런닝맨’ 제작진의 잘못이 크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에 대해 ‘런닝맨’ 제작진도 시청자의 반응에 수긍하면서 “시간을 두고 지켜봐 달라”는 당부의 말을 남겼다. 연출을 맡고 있는 임형택 PD는 “새 프로그램을 시작하다 보면 손발을 맞추는 시간이 어느 정도 필요한 법이다. ‘런닝맨’은 초반 게임에 집중했으나 이제 서서히 출연진의 캐릭터를 잡고, 포맷에도 변화를 줄 예정”이라며 “아마 지금 이 상황에서 누구보다 안타까워하는 사람은 유재석일 것이다. 현장에서도 가장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으로서 프로그램에 활력을 주려고 늘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처럼 방송계 관계자들은 시청자 반응과 달리 대체적으로 ‘유재석의 건재론’에 표를 행사하면서, ‘런닝맨’의 부진은 프로그램 정착 과정에서 빚어지는 일종의 성장통임을 명확히 했다. ‘유재석의 위기론’을 운운하기에는 시기상조임을 피력하면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빛을 발휘하는 ‘유재석의 뒷심’을 주목해 달라는 바람을 남겼다.

하지만 간과해서 안 될 것은 안방극장의 왕은 시청자라는 점이다. TV 프로그램의 존폐 여부는 오롯이 시청자에게 달려있기 때문에 제작진과 출연진은 시청자의 반응을 예의주시하고 그들이 요구하는 방향으로 몸을 움직여야 한다. 따라서 시청자가 유재석의 부진을 꼬집으며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면, 그 말에 귀를 기울이면서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맹활약하면서 쉼 없이 달려왔던 유재석. 시청자의 지적이 있다면 잠시 멈춰 서서 뒤를 돌아봐야 할 때가 아닐까. 그가 리얼 버라이어티의 모태가 된 ‘무한도전’을 맨 손으로 시작해 ‘노력’과 ‘열정’의 씨앗을 뿌려 인기 프로그램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얻은 것처럼 시청자는 그가 새로운 형태의 버라이어티를 이끄는 ‘선구자’로 다시 일어서길 바라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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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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